“우리를 사람 취급했으믄 이런 곳으로 끌구 왔겄냐?
우리를 짐승만두 못하게 생각한 거지.”
열두 살 성호를 붙잡고 늘어놓은 성호 어머니의 넋두리는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건의 잔혹함을 잘 보여준다. 1937년 중일 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만주 지역을 군사 작전 기지로 삼으려고 당시 한국인들의 이주를 부추겼다. 만주에는 온갖 작물이 풍족하고 주인 없는 땅이 널려 있다는 말로 꾀었다. 결국 1938년 충청북도 농민 가족들이 청주역에서 이민 열차에 올랐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오늘날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도문시 양수진 정암촌. 그들이 마주한 것은 척박하기만 한 황무지였다. 하지만 일제의 괴롭힘과 각종 수탈 속에서도 움집을 지어 살며 자신들의 터전을 일구어냈다.
충북 사람들은 모여 살며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향의 풍습과 문화를 이어나갔다. 고향이 생각날 때는 ‘아리랑’을 불렀다. 그들이 원형대로 불러온 아리랑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청주아리랑>이다. 나라를 빼앗긴 서글픔, 보릿고개를 겨우 넘기는 배고픔 속에서 그들은 더욱 끈끈하게 뭉쳐 서로를 위로하며 오랜 시간 공동체적인 삶을 영위했다. 해방 후 분단으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여전히 정암촌에 남아 있으며, 그 결과 7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고향 충북의 문화적 정체성이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그 당시 정암촌을 배경으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무를 하러 산에 오른 주인공 열두 살 소년 성호의 눈에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한 남자가 발견된다. 어린 시절 고향 동네에서 어울리던 형으로, 어느덧 청년이 되어 독립군으로 활동하다 일본군에 쫓겨 오게 된 찬규였다. 그를 비밀리에 독립운동지로 돌려보내야 하는 성호네 가족과 마을 사람들. 그들은 일본 순사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일본군들이 원하던 백호를 사냥하기로 한다.
“그래두 백호를 잡으믄 안 뎌!
우리가 이만큼 사는 것두 다 백호 덕분이여.”
“나라님도 우릴 지켜 주질 못했는데
백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