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
서장: 정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를 넘어서
1장 삼국지의 무대
2장 후한 붕괴의 정치사
3장 동탁, 천하를 찢어놓다
4장 군웅할거시대가 열리다
5장 최강 군벌의 혈투: 원소와 공손찬
6장 황하 이남 군웅의 혼전
7장 조조, 헌제를 끼고 천하를 호령하다
8장 하북의 원소와 하남의 조조, 자웅을 가리다
9장 손책과 손권, 강동을 지배하다
10장 적벽대전과 유비의 기사회생
11장 대기만성 유비, 드디어 인생 역전
12장 관우와 함께 퇴장한 영웅들
13장 조조의 죽음과 위나라의 건국
14장 실리보다 의리를 택한 유비의 비참한 최후
15장 삼국시대 정치
16장 삼국시대 경제와 지리
17장 삼국시대 전쟁사 1: 제갈량의 북벌
18장 삼국시대 전쟁사 2: 중원 왕조의 파촉·강남 정복
19장 서진의 통일과 자멸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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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의 『삼국지』- 찬탈자들의 정치학 교본
진수(233~297년는 본래 촉나라 사람이었지만 본격적인 관직 생활은 삼국을 최종적으로 통일한 진나라에서 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위나라와 (위나라를 계승한 진나라에 우호적으로 역사를 썼다. 진수는 위나라 또는 조조의 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해 유리한 사실은 부각하고 불리한 사실은 축소하거나 누락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서술했고, 때때로 사실 자체를 왜곡하기도 했다. 예컨대 소설 삼국지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적벽대전을 진수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삼국지』에서 분량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후한 말 군웅할거시대 이야기는 차라리 『후한서』의 기록이 더 정확하고 자료도 풍부하다.
오히려 『삼국지』는 역사를 이용하여 당시 정치적으로 민감했던 문제를 잘 해결한 책이었다. 위진남북조시대에는 주로 ‘선양(禪讓’이라는 방식으로 왕조가 교체되는 일이 많았다. 선양은 황제의 자리를 자발적으로 물려준다는 의미지만 사실상 권력 찬탈이나 마찬가지였다. 조조의 아들 조비는 후한의 헌제로부터 황제의 자리를 빼앗았고,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은 위나라 마지막 황제 조환을 위협해 황제의 자리를 빼앗았다. 『삼국지』는 신생 왕조 개창자들이 찬탈의 오명을 피하고 개창의 정당성을 내세울 수 있게 도와준 여러 장치를 마련해준 책이었다. 진수는 『삼국지』에서 새 왕조의 창업자, 즉 찬탈자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한편 그의 비리와 부정을 누락하거나 달리 기록하는 서사를 완성도 있게 선보였다. 후한과 위나라, 위나라와 진나라 사이의 왕조 교체, 즉 찬탈의 역사를 긍정하는 진수의 교묘한 필법은 그러한 역사를 ‘정상 역사’의 범주로 끌어올리는 힘이 있었다. 이렇게 『삼국지』는 위진남북조와 수당 시대에 이르기까지 찬탈자들이 애용하는 유력한 지침서가 되었다.
조조 - 역경을 헤쳐나간 뛰어난 지휘관
아무런 어려움도 겪지 않은 영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조조는 숱한 전쟁을 치르는 동안 8할의 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지휘관이었고, 그에 걸맞게 『삼국지』에서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