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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글쓰기 사다리의 세 칸
저자 엘렌 식수
출판사 밤의책
출판일 2022-04-13
정가 24,000원
ISBN 979118934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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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망자의 학교
꿈의 학교
뿌리의 학교
옮긴이의 말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글을 쓰겠다는 당신에게 H의 가호가 있기를!

이 책에서 엘렌 식수는 H를 가지고 글문을 연다. H는 I와 I 사이에 놓인 다리이다. 두 세계를, 두 언어를 진동시키거나 가르는 선이다. 엘렌 식수는 “글쓰기는 두 해안을 잇는 통로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엘렌 식수는 자신이 수수께끼 같은 애착을 가질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들은 모두 이런 사다리를 빈번하게 오르내렸다고 말한다. 그런데, 내려오기란 곧 올라가기이다. 아니, 올라가기보다 더 고통스러운 극단의 행위이다.
엘렌 식수가 H에서 프랑스어 단어 ‘Hache’(도끼를 떠올리고, 이어 카프카의 도끼를 연상하는 것은 더없이 자연스럽고도 의미심장하다. 여기서 도끼는 은유어가 아니라 상징어이다. “더 깊이 내려가라고 다그치지만 말아줘” 하고 호소하던 카프카가 이번에는 “해치고 찌르는 책”을, 자살 같은 책을, 재앙 같은 책을, 그러니까 그 유명한 문장처럼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 같은 책을 써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승리하고 싶으면서도, 늘 패배를 원하는 자처럼 자신의 한계선 이내에서 한없이 유영하고 배회하는 신중한 사내가 결국 위반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궁극의 글쓰기가 터진다. 금기가 있기에 반드시 위반이 있을 것이고, 건널 수 없는 제한선이 있기에 반드시 건너가게 되어 있다. 한없이 지연되는 내공술의 침잠이 H의 내려가기였다면, 도끼는 올라가기가 비로소 가능할 것이라는, 축약된 기쁨과 공포의 예고이다.
사다리 H의 부적이 내 온몸에 숙지되었다면, 이제 실질적인 수행이 수반되어야 한다. 엘렌 식수는 이것을 세 칸의 방으로, 그러니까 세 칸의 학교로 명명한다. 망자의 학교, 꿈의 학교, 뿌리의 학교가 그것이다.


망자의 학교

(글쓰기를, 삶을 시작하려면 죽음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망자들을 좋아하는데, 망자들은 한쪽을 닫고 다른 쪽 길을 ‘열어주는’ 문지기입니다. -19쪽

망자의 학교는 우선 읽기의 영역이다. 읽기란 우리의 첫 스승들을 만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