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다할 수 없을 땐, 먼저 마음을 열면 되는 거야
“양치기 소년은 혼자 너무 외로웠다. 양이 아니라 사람이 보고 싶었다.
거짓말한 사람에게 필요한 건 자기를 다시 믿어 주는 사람이다.”
‘우리 집’을 주제로 한 글짓기에서 빨간 연필은 민호의 집을 화목한 가정으로 꾸며 내고, 그 때문에 거짓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만다. 같은 반인 동철이와 재규의 의심과 시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민호는 빨간 연필을 버려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도 ‘딱 한 번만’을 외치게 된다. 하지만 빨간 연필로 인해 민호는 좋아하던 수아와도 가까운 사이가 되고, 엄마와도 조금씩 소통하게 된다. 자신을 믿어 주고 다독여 주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진실을 밝힐 수 없어 외려 외로움과 두려움도 느끼지만, 그들 때문에 좀 더 당당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도 들게 되는 것이다. 또한 민호의 글에 나서서 멋진 그림을 그려 주는 정란이를 통해 민호는 솔직함의 매력을 알게 된다. 정란이는 공부도 못하고 늘 엉뚱한 말만 해 친구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지만,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해 매번 멋진 그림을 그려 낸다. 민호는 그런 정란이를 통해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에게 솔직한 모습을 배운다.
민호는 아빠를 무척 그리워하는 한편, 늘 아빠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비밀과 거짓말이라는 울타리에 갇히게 된 민호는 이제 아빠를 그저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이 먼저 아빠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빨간 연필의 유혹을 스스로 이겨 나가며, 민호는 그렇게 마음을 열고 진심을 말하는 법을 배워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