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고정 관념을 꼬집다
중성적인 외모의 자신과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내면 사이에서 고민하는 6학년 여자아이 정지수를 따라가는 동안, 우리는 여러 고정 관념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면 마음이 뜨끔하기도, 얼굴이 붉어지는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 속 고정화된 이미지와 닮은꼴이라서.
학교에서 가장 큰 지수와 반에서조차 작은 희도가 짝이 되어 체육을 할 때마다 아이들은 “정지수, 안희도 팀은 완전 남녀가 바뀌었네.”, “저 조는 정지수가 남자라고 해야겠다.”라고 말하며 구경거리 삼는다. 또한 친구들은 키 크고 커트 머리를 한 지수는 머리핀이나 치마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남자 옷을 입기를 권하며 아이돌 같다고 열광한다. 왜 우리는 남자가 키가 크고 여자가 작아야 조화롭다는 편견에 빠졌을까? 왜 작고 귀여운 건 여성스럽다는 말과 같은 의미가 되었을까?
고정 관념은 방심하는 사이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앉아 무섭게 퍼져 나가기도 한다. 안희도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한 친구의 말이 씨앗이 되어, 희도는 여자 옷을 입는 아이가 되고, 남자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고, 불쾌하고 변태스러운 아이가 되어 버린다. 딱 붙는 타이츠를 입고 발레 하는 걸 이상하게 보는 친구들의 조롱 때문에 발레를 그만두기도 한다. 하지만 희도는 편견 앞에 주저앉지 않고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걸 선택한다. 그런 희도의 확고한 모습을 통해 지수는 자신이 친구들이 만든 틀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만 생각했던 게 잘못됐다는 걸 깨닫는다. 살랑핑크를 틀에 가두고, 벽을 쌓고, 울타리를 치고, 편견으로 색을 칠한 건 다름 아닌 정지수 자신이었다는 걸.
마음의 온도를 색깔로 표현하다
‘좋아, 하는’이라는 제목 속에는 두 개의 의미가 담겨 있다. 정지수와 안희도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자신들이 진짜 ‘좋아하는’ 자신을 찾아가는 성장, 다른 하나는 사춘기 정지수와 안희도의 좋아할 듯 말 듯, 밀 듯 당길 듯 ‘좋아하는’ 마음이다.
정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