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거짓말처럼 일어나 마음을 눈뜨게 한 ‘대박’ 사건
우리는 왜 칠판에 붙은 걸까요?
“장난 아니에요. 진짜라고요.”
“선생님, 거짓말 아니에요.”
“자세히 한번 보세요. 진짜, 진짜 붙었다니까요.”
교실에 들어온 아이들은 각자 제 관심사에 빠져 있다. 기웅이는 어제 또 다툰 부모님에 대한 걱정에 빠져 있고, 동훈이는 스마트폰 게임을 하느라 코를 박고 있고, 민수는 새롭게 씨름부에 들어 훈련에 정신이 없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멀어졌지만 각자의 일에 골몰하느라 오해를 풀 시간도 가지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세 아이의 손바닥에 칠판에 철썩 붙어 버리고 말았다.
그래요. 그날 본 건 모든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손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손에는 당연히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고요. 잠을 자는 몇 사람을 제외하고 아이들도, 어른들도, 연인도, 친구도, 가족도, 모두 마찬가지였어요. 각자 자기만의 세계에 푹 빠져 있었지요. 너무나 익숙하고 어쩌면 당연하기까지 한 그 장면이 가슴에 가시처럼 박혀서 한동안 날 괴롭혔어요.
이 이야기는 그 가시에서 태어났답니다.
-「작가의 말」에서
어느 때보다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가 발달한 시대이지만 우리는 진짜 소통의 부재를 염려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도 하다. 스마트폰을 터치하며 무의미한 신호를 보내는 데 집중하지만 그러다 보면 정작 눈빛을 나누고 상대의 몸짓을 짐작하며 온기 도는 진짜 소통을 나누는 일에는 소홀하게 된다. 서로를 오해하고 사이가 벌어졌던 아이들은 칠판에 옴짝달싹 못하게 철썩 붙어 버리자 자의든 타의든 스스로의 문제와 상대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처음엔 당황스럽고 무섭기도 하지만 친구들을 통해 그 일을 놀이처럼 느끼기도 하고, 옆 친구의 얼굴을 가까이 바라보며 서로 가려운 곳을 긁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런 아이들을 떼어 내려는 어른들의 모습으로 이어지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풍자극으로 확장된다.
제발 저희 얘기 좀 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