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선 작가는 특히 나이프를 정교하게 다룰 줄 아는 화가이다. 전통적인 동양화가들의 붓을 통한 먹의 강약 조절, 혹은 준법의 표현들은 이 작가의 나이프를 통해 색채의 강약 조절, 윤곽과 거리 혹은 깊이의 정교한 조절 등을 통해 전통적인 매체들보다 더 강렬하게 표현된다. 특히 나이프라는 도구에 적합한 표현이 되기 위해 전통적인 잉어 그림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힘찬 형태로 해석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멀리서 보면 잉어 형상들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두터운 물감 덩어리들의 강약과 나이프 특유의 터치로 지극히 추상적인 리듬을 형성한다. 이는 음악에서 편곡과 유사하다. 편곡자들은 원래 음악에 사용된 악기가 아닌 새로운 악기를 도입할 때, 그 악기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원래의 곡과는 또 다른 해석을 가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원곡의 멜로디를 옮겨서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악기의 구조와 특징을 알아야만 하는 것이며, 그 악기의 구조에 맞게끔 새로운 편곡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미선 작가는 전통적인 잉어 그림을 특유의 나이프 표현에 적합하게 하기 위해 이를 새롭게 재해석한다. 작가에 의해 재해석된 것들을 하나하나 음미해볼 때 우리는 이전의 잉어 그림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묘미를 느끼게 된다. ● 이영재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