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소리쟁이 아빠 VS. 잔소리 안 하는 악어 아빠
“텔레비전 그만 봐!”
“어지르지 마!”
윤찬이와 윤이의 아빠가 잔소리 병에 걸린 건 육아 휴직을 내고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 전에는 너무 바빠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도 거의 없었고, 주말엔 소파에 길게 누워 잠만 잤다. 아빠가 큰 입을 벌려 하품할 때마다 아이들은 ‘악어 같다’고 생각하곤 했다. 회사 일이 부쩍 바빠진 엄마가 해외 출장을 떠난 날, 오늘도 쩌렁쩌렁 울리는 아빠의 호통이 지긋지긋해진 남매는 말랑말랑한 악어 인형을 붙들고 하소연하듯 소원을 빈다. “아빠가 잔소리 좀 안 했으면 좋겠어.”
“아―푸.”
갑자기, 아빠가 기지개를 켜면서 크게 하품을 했어요. 그러자 아빠 얼굴이 초록색으로 변하더니 손과 팔, 다리 까지 초록색으로 변했어요. 서서히 몸 전체가 초록색이 되어 버렸지요. _본문에서
그렇게 세 번의 하품과 기지개가 더 이어지고, 아빠는 온몸이 악어로 변해 버린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무시무시한 악어가 아니다. 악어 아빠는 원래 아빠였다면 절대 사 주지 않았을 피자도 사 주고, 마트에서 무엇을 사든 신용 카드만 척 내줄 뿐 잔소리를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 기막힌 ‘찬스’를 놓칠 리 없는 남매는 피자에 스파게티, 감자튀김까지 배달시키고, 마트에 가서는 컵라면을 잔뜩 쟁이고, 변신 로봇도 하나 새로 장만한다. 조금 전까지 어지르지 말라고 잔소리하던 아빠지만 이제는 난장판이 된 거실 한복판에 벌렁 누워 흐뭇한 표정으로 뒹굴뒹굴할 뿐이다. 윤찬이가 오히려 “아빠 좀 치우고 누워요.”라고 말할 정도다. 윤찬이 친구 가희도 ‘얌전히 있으라’고 잔소리하던 엄마가 갑자기 개구리로 변하면서 둘이 신나게 폴짝폴짝 뛰며 놀았다고 한다.
“……개구리 엄마를 따라서 나도 폴짝폴짝 뛰었어. 소파 등받이 위까지 올라가고, 거실 바닥을 함께 뒹굴며 뛰었지. 같이 줄넘기도 했어. 엄마랑 뛰어논 건 처음이야.” _본문에서
왠지 모르게 갑자기 동물로 변해 버린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