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그래픽노블로 보는 감동
알려진 바대로 「빨간 피터의 고백」은 연극배우 추송웅 씨가 삼일로창고극장 무대에 연극으로 올리면서 유명해졌다. 이후 이 작품은 많은 연출가와 배우들의 손을 거쳐 각기 다른 버전으로 무대에 오르는 단골 레퍼토리가 되었으며, 카프카 단편집에 포함되어 여러 버전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그러나 카프카 독자라면 많은 이들이 느끼는 바지만 ‘작품의 난해성’이 독서를 방해했다. 심지어 이 짧은 단편조차도 완독하지 못하는 독자도 왕왕 있었다. 그렇게 카프카의 작품집은 독자의 손에 오래 붙잡히지 못하고 책꽂이로 직행하기 일쑤였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작품이나 카프카의 명성과는 별개로 연극을 보거나 해설 읽는 것으로 독서를 대신하는 이들도 많다.
이 그래픽노블 『빨간 피터의 고백』은 독자들의 이런 어려움을 단숨에 해결해준다. 그림과 말풍선을 번갈아 가며 읽고, 또 ‘빨간 피터’와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제스처를 살펴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정말로 무대에서 상연되는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감상한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이 된 피터는 암컷 침팬지와 성적 유희도 즐기지만…
일단 고매한 학술원 회원들 앞에 선 빨간 피터는 담배 먼저 꼬나물고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피터가 인간의 권위를 무시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자기 이야기에 열을 올리던 피터는 재킷까지 벗어 던지고는 자기가 원숭이성, 즉 야생성에서 벗어나 어떻게 인간으로 진화했는지를 역설한다.
인기를 얻고 돈도 벌게 된 피터는 유럽의 일반 교양인 수준에 올라섰다. 그러나 인간으로 진화했다고 본성을 피해갈 수는 없는 것, 반쯤 인간화된 암컷 침팬지와 다소간 살가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피터는 암컷 침팬지의 길들여진 짐승의 망연한 눈길을 애써 외면한다. 마치 찰턴 헤스턴이 분한 영화 「혹성탈출」의 장면들과 대비되어 묘한 페이소스를 느끼게도 하는데, 빨간 피터는 다음처럼 고백한다.
“낮 동안에는 그녀와 대면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