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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내 이름은 264
저자 고은주
출판사 아이들판
출판일 2022-03-18
정가 14,000원
ISBN 9788957349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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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내 생애 첫 기억은 노을처럼 불타던 마을 풍경이다. 나의 14대 할아버지인 퇴계 이황 종택에 왜놈들이 불을 질렀다고 했다. 하인의 등에 업혀 피난을 갔던 그때 내 나이는 세 살이었다. 그때 일본이 고종 황제를 억지로 물러나게 하고 대한제국의 군대도 없애버려서 의병이 일어났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우리 안동 지역 의병장들 중에 퇴계 집안 출신이 많고 의병들을 많이 도와줬기 때문에 종택에 불을 질렀다는 것도.

여섯 살이 되자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다며 할아버지는 노비 문서를 불태우고 하인들을 해방시켜 주었다. 일찌감치 왜놈들의 세상이 된 것을 눈치 챈 할아버지는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우리 형제들에게 한학을 가르쳐 주고 계셨는데, 나는 아무리 그 공부를 해도 풀리지 않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우리가 왜 나라를 빼앗겼는지……. 나라를 되찾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열두 살이 되자 학교에 다니며 새로운 학문을 배웠지만 여전히 그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좀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갔다. 대구로, 일본으로, 중국으로, 그렇게 나아가며 공부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의문이 풀리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배워온 선비의 길은 자연스럽게 나를 독립 저항운동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의병 연합군 대장이었던 왕산 허위 집안 출신 어머니의 가르침과 외갓집 식구들의 독립운동 활동도 구체적으로 나를 그쪽으로 이끌었다.

나는 우선 군자금 모집을 도우면서 청년단체 등을 통해 계몽운동에 힘썼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경찰에 끌려가 감옥에 갇히게 된다. 사십 평생 열일곱 번이나 이어진 옥살이의 시작이었다. 대구조선은행 폭파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모진 고문을 당했던 그 시절의 수인 번호가 264번. 진범이 잡힐 때까지 2년 가까이 옥살이를 하고 나오면서 나는 이원록이라는 본명 대신 이육사라는 이름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비밀스럽게 독립 저항운동을 하면서 그 이름으로 저항시들을 발표했다. 일제의 검열을 피해서 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