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라면 가게
어릴 때 앓은 아토피 때문에 아직도 엄격하게 식단 관리를 하는 환이. 엄마는 자연에서 수확한 그대로가 아닌 가공 식품이라면 질색했지만, 환이는 엄마가 그럴수록 음식에 대한 집착이 갈수록 강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에 편의점에서 라면과 과자를 잔뜩 사 와 신나게 먹다가 현장을 딱 들켜 먹던 걸 죄다 빼앗기고 만다. 그렇게 쓸쓸하게 길을 걷던 환이 앞에 ‘세상의 모든 라면’을 판다는 가게가 떡하니 나타난다. 환이는 매일 간판이 바뀌는 이상한 가게를 잊지 못하고 한번 가 보기로 마음먹는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환이는 학교에 가면서 그 앞을 지나칠 때마다 목이 빠지도록 가게를 쳐다보곤 했다. 이상한 가게였다. 간판 글씨가 자꾸 바뀌었던 것이다.
첫날, 그 가게를 보았을 때는 분명히 흰 바탕에 까만 글씨로 ‘세상의 모든 라면’이라고 씌어 있었다. 그런데 월요일에 보았을 때는 노란 바탕에 번쩍번쩍 빛나는 글씨로 ‘먹는 게 남는 라면집’이라고 바뀌어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수요일인 오늘 아침에 보았을 때는 간판 모양까지 세로로 바뀐 데다, 초등학생이 쓴 것같이 비뚤비뚤한 글씨로 ‘세상에서 제일 싸고 맛있는 라면, 못 먹으면 후회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 어디 한번!’
환이는 마침내 결심했다. 지난번에 컵라면을 사고도 삼천 원이 남아 있었다. 라면값이 얼마나 비쌀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한번 가게에 가 보기로 했다. 오늘은 학교 수업이 빨리 끝나서 ‘영어 동화책 읽기’ 학원에 가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다. 식당에 들르기에 다시없는 기회였다.
(중략
“야, 약국 옆에 가게 하나 새로 생겼잖아. 간판도 자꾸 바뀌고.”
환이는 진혁이에게 간판 모양이랑 그 위에 적힌 글자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진혁이는 그런 가게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 가게를 못 봤다고? 그렇게 큰 간판이 달려 있는데?”
환이는 초조하게 주머니에 있는 삼천 원을 만지작거렸다. 손에서 나온 땀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