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 왕조의 유산을 안으며 - 유적, 그리고 권력의 지배전략
1부 능은 살아 있다 | 왕릉
| 에피소드 | 무덤과 권력 - 샤를 대제와 체 게바라에서 조선 왕릉까지
1장 죽은 자의 광휘, 산 자들을 위한 왕릉
2장 왕의 장례, 그 화려함과 엄숙함의 그늘
3장 명당을 확보하라 - 왕가와 사대부 가문의 묘역 다툼
4장 능에 감도는 평화는 거짓이다 - 왕릉 너머의 암투
5장 왕릉과 묘, 혹은 왕과 백성
2부 권력적인 너무나 권력적인 | 궁궐
| 에피소드 | 궁궐 경영 - 프랑스 샤를 5세, 일제, 그리고 조선
6장 백성의 피와 땀 위에 세운 궁궐
7장 궁궐의 빛과 그늘 - 궁궐을 꾸린 사람들
8장 세종이 경복궁을 중건한 까닭
9장 누구를 위한 의례이고 예치인가?
10장 전쟁의 폐허에 지존을 세워라
11장 궁궐에 권력을 표상하라
12장 권력의 향방과 궁궐의 운명
3부 조선 성城의 다섯 가지 비밀 | 성곽과 읍치
| 에피소드 | 유럽의 성과 치소治所에서 조선의 성과 읍치까지
13장 조선 읍치는 왜 평지로 내려왔는가?
14장 읍치에 왕조의 존엄과 권위를 표상하라
15장 굴욕의 성, 혹은 충절의 성
16장 성곽, 권력 행사의 보루가 되다
17장 서울 성곽의 안과 밖은 다른 세상이었다
4부 앎이 권력이다 | 성균관 · 향교 · 서원 · 사찰
| 에피소드 | 지식과 정치권력 - 파리 대학과 일본의 서당 데라코야
18장 왕과 성균관 유상, 견제하고 협력하다
19장 향촌 장악의 거점, 서원과 향교
20장 사찰에서 서원으로
21장 교화하고 의례를 수행하라 - 조선 지배층의 헤게모니 전략
글을 맺으며 | 당신들과 이들, 혹은 빛과 그늘을 품다
주
참고문헌
“건축이란 벽돌과 모르타르로 만들어진 정치다.” -울리히 벡
건축물에는 이념이나 사회윤리 등 추상적 가치를 물질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 속성이 있다. 정치가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에 주목해 지배이념, 통치 강령, 지배체제 윤리를 건축물에 표상하고 이를 확산하려 했다. 건축물은 권력자가 원하는 정치 담론을 형성하고 상징화하는 데 사용되었다. 거대한 규모와 엄숙한 공간, 엄정한 외관과 체계적인 구성을 가진 건축물은 피치자에게 권력자의 신성함과 위력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문화유산의 두 얼굴』은 오늘날 우리가 문화유산이라 부르는 조선시대의 왕릉과 궁궐, 읍치와 성곽, 성균관과 향교, 서원 등의 건축물에 관해 권력기술자들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와 통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관점으로 이야기한다. 조선의 기념비적 건축물을 보면 그 외양과 구조를 살펴 당대의 미의식과 건축학적 문화양식을 가늠할 수 있으며, 건립을 추진한 배경과 사연을 짚어보고 거기에 스며든 시대 정서와 선대의 정신을 헤아릴 수 있다. 공사에 동원된 백성의 고단한 사연도 보듬어 안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 책에서는 권력 유지와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된 건축물이란 틀로, 지금은 문화유산이라 부르는 조선시대의 왕릉과 궁궐, 읍치와 성곽, 성균관과 향교, 서원과 사찰에 다가가고자 한다. 이들 건축물 또한 권력의 권위를 확보하고 지배질서를 정당화하며 통치의 효율을 높이는 장치이자 도구로 쓰였다. 소통과 교류의 구심점으로 지배층을 결집하고 계급 재생산을 꾀하던 체제 유지의 보루였다. 정책 입안을 두고 난상토론이 벌어지던 정치의 제일선이자 더 강한 위세를 휘두르기 위해 정치세력 간 다툼이 끊이지 않던 권력투쟁의 한복판이기도 했다. 선현을 받드는 사당을 지어 제례를 올리며 신분 우위와 특권 행사의 근거를 마련하던 지배전략의 진지였다. 그곳은 감화시키고 가르쳐 순응하는 충실한 백성을 길러내던 교화의 마당이었으며, 통치와 지배에 대한 동조나 인정을 끌어내던 헤게모니hegemony 전략의 본거지였다. 유럽과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