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열쇠: 고고학의 유래는 칸트의 선험철학에 있다
고고학은 푸코의 방법론이자 탐구영역이다. 후기에는 계보학으로 이름이 바뀌지만 계보학에 의해 고고학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계보학은 고고학이 확장된 개념이다. 그런데 푸코에게서 고고학은 느닷없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푸코는 그 연원에 관해 철저하게 함구한다. 그러나 시대별 인식의 선험적 여건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칸트의 선험론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은 처음으로 고고학의 칸트적 유래를 설득력 있게 입증하고 있다.
두 번째 열쇠: 에피스테메는 특이한 공간 개념이다
철학 또는 더 넓게 인문학의 본령은 사유의 생산이고 사유의 생산은 개념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 점에서 『말과 사물』이 인문학에 기여한 핵심적인 사항은 에피스테메 개념의 창안이다.
그런데 이 개념에 대한 이해는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푸코 자신이 제시한 규정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개념에 대한 푸코의 규정과 푸코의 사유방식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에피스테메 개념을 특이한 공간으로 간주하여 플라톤의 ‘코라’ 개념과 관련짓는다. 이로써 에피스테메가 무엇인지가 예전보다 훨씬 더 분명해진다.
세 번째 열쇠: 『말과 사물』은 『레몽 루셀』의 언어관에 힘입어 착상되고 완성된 책이다
푸코의 『레몽 루셀』은 『말과 사물』보다 3년 앞서 출간되었다. 『말과 사물』에서 푸코는 레몽 루셀에게 빚진 것을 갚기 위해 『말과 사물』을 썼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두 책의 연결고리에 대한 탐색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책은 푸코가 레몽 루셀의 경험을 체험함으로써, 즉 ‘언어의 검은 태양’을 경험함으로써 『말과 사물』의 도달점을 직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성공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레몽 루셀의 소설 작법과 이것의 배후에 놓여 있는 언어관이 『말과 사물』의 집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이 한층 더 뚜렷해진다. 푸코의 『말과 사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