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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한나 아렌트의 작은 극장
저자 마리옹 뮐러 콜라
출판사 산지니
출판일 2022-03-11
정가 14,500원
ISBN 979116861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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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사의 극장에서 펼쳐지는 두 한나의 모험
예순아홉 살의 한나 아렌트가 자신의 마지막 저서가 될 『정신의 삶』 집필에 매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환영처럼 한 소녀가 나타난다. 아이의 이름도 한나. 호기심 많은 어린 한나는 어른 한나에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고, 어른 한나는 소녀를 무시하고 책 마무리에 몰두하려고 한다. 하지만 소녀는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얘야, 나는 써야 하는 책이 있어.”
“책이요? 제게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건 이야기책이 아니야. 이건… 말들의 의미에 관한 책이야.”
“그럼 당신이 말을 만들어내는 사람인가요?”

말을 만든다는 표현에 언짢아진 한나 아렌트는 소녀의 말을 곱씹어보며 생각한다.

“나는 땅 위에서 생각하는 현실의 사상가지, 땅속에서 생각하는 이론적인 사상가가 아냐!”

고집스럽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는 어린 한나를 데리고 어른 한나는 인간사의 무대가 펼쳐지는 작은 극장으로 향한다.

“말하는 것은 곧 행위하는 것이어야 해. 말을 위한 말은 그저 실없는 소리나 거짓말에 지나지 않아.”

수백 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린 한나의 손에 의해 연극의 막이 오르고, 두 한나는 무대 위에 펼쳐진 고대 그리스 아고라에서 아리스토텔레스와 만난다. 사람들은 정치적 삶의 무대인 아고라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하지만 곧 무대 뒤의 사적 영역과 무대 위 공적 영역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모두 책임질 통치자를 세워 생각을 위임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사유할 수 있는 자유인이 줄어들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한마디를 내뱉고 무너져 내린다.

“권력은 그 사람이 인간인지 아닌지를 드러내 보일 것이다.”

▶ 우리는 이 세계의 악을 또 다시 물리칠 수 있나요?
폐허가 된 무대 위에 나무가 자라 두 한나는 빽빽한 숲의 포로가 된다.

‘만약 새로운 민중의 통치자가 늑대를 길들이는 대신에 자유롭게 놓아주었다면? 도시가 숲이 되어버린 것도 놀랍지는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