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인 소녀가 흑인 여성 학자로 성장하기까지 걸어온 지적 여정
『시크』에 담긴 여덟 편의 글에는 한 흑인 소녀가 생각하는 일로 먹고사는 흑인 여성으로 성하기까지 걸어온 지적 여정이 새겨져 있다. 당연하게도 그 글들은 미국에 사는 흑인 여성들의 삶을 비춤으로써 인종문제를 둘러싸고 파생되는 현상들의 겹겹의 의미를 파헤친다. 아름다움의 판별은 어디까지나 기존의 사회적 질서를 재생산하는 취향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아름다움의 이름으로」, 전 세계적 불평등이 고조된 지금의 상황에서 무능하다는 이미지를 지닌 대상으로 이용되는 흑인 여성들(「유능함에 목숨 거는」, ‘화이트니스’가 공고하면서도 탄력적으로 작용하기 위해 존재하는 ‘블랙니스’(「너의 화이트를 알라」, ‘합법적인 흑인’을 판별하기 위한 갈등은 자원과 기호의 희소성 때문에 심화된다는 사실(「흑인의 시대는 끝났다」, 흑인 여성들이 처한 극심한 교차성(「중절된 소녀 시절」 등을 확인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줄도 몰랐던 여러 현상에 대한 치밀하고 신랄한 분석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 저돌적인 ‘사적 에세이’의 힘
코텀의 글쓰기는 적당한 거리를 둠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가장 사적인 경험을 재료로 해서 사회적 고찰을 향해 나아가는 저돌성에 특징이 있다. 코텀은 먼저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꺼리는 ‘일인칭 시점 에세이’라는 점,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이 장르의 글들은 약탈적 미디어들이 글에 광고를 붙여 돈을 벌기 위한 ‘낚싯밥’으로 악용되곤 했던 점을 짚는다. 그러나 “사적인 에세이가 문화적으로 저급한 취향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사실은 이 장르의 수많은 글들이 본질적으로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 또한 분명히 한다. 소수자들에게는 사적인 에세이가 실제 경험을 토대로 창의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는 것이다.
우리는 대중의 의견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고, 언제나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공적인 발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