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을 감싸 안는 따뜻한 기다림 속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그림책
숲속 외딴집, 히로코는 거기에 삽니다.
그런데 겨울이 오고, 함께 놀던 친구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어요.
춥고 추운 겨울날,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가 놀 수 없는 날,
히로코는 난로 옆에 앉아 숲속 친구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초록 눈을 한 다람쥐 님께
안녕하세요? 호두나무 숲에서
같이 호두를 줍던 어린이인데요.
기억하나요?
내 손이 아주 크니까요,
또 호두 줍는 걸 도와줄게요.
다음에 같이 놀아요.
숲에 제비꽃이 피면요,
전나무 밑에서 기다릴게요.
히로코
히로코는 숲속 나무들에서 잎이 다 떨어져 자기가 알던 오솔길을 모두 감춰 버린 숲에서
변함없이 짙푸른 가지를 드리운 채 서 있는 커다란 전나무를 찾아
그 가지에 편지를 묶어 둡니다.
그리고 돌을 주울 때 만난 도마뱀한테도 편지를 쓰지요.
노래를 좋아하는 작은 새들에게도요.
그런 다음 벌거벗은 나뭇가지에 눈이 얼어붙어서 별 사탕처럼 반짝이는 숲길을 지나
전나무에 편지를 부치러 갑니다.
참, 귀가 까만 산토끼 님도 있었지…
조용조용히 내리는 눈을 맞으며 히로코는 산토끼에게 쓴 편지도 전나무에 매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편지들을 겨우내 지켜 준 전나무한테도 편지를 씁니다.
어느 새 쌓인 눈이 녹고,
뚝뚝한 얼굴로 차디찬 바람을 타고 돌며 줄곧 늘쩡이던 겨울이 소리 없이 난 자리로,
사붓사붓 봄이 걸음을 벋디딥니다.
“제비꽃이 핀 거 아닐까?”
히로코는 전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 보았지만 제비꽃은 아직 피지 않았습니다.
편지도 모두 없어졌어요.
숲속 친구들의 겨우살이를 걱정하던 히로코의 마음은 친구들에게 무사히 닿았을까요?
히로코는 이 귀여운 친구들을 풋풋한 봄 숲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언제든 가서 숨을 깊이 가다듬고 싶은 히로코와 동무들의 숲으로 독자를 맞아들이는 그림책
나무들이 잎을 다 떨구고, 오솔길이 모두 감춰진 숲은 어쩐지 쓸쓸한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