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경연구(Border Studies인가?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세계의 국가 수가 세 배로 증가하면서 국경 연구는 르네상스를 맞았다. 베를린 장벽 붕괴와 더불어 시작된 탈냉전 이후의 세계화는 국가 간의 국경을 허물고 ‘국경 없는 세계(borderless world’를 만들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듯싶다. 국경 장벽은 오히려 세계 곳곳에서 경쟁적으로 건설되고 있다. 서구 근대 국가가 만들어낸 국경은 횡단과 통제라는 힘의 대립, 즉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 투쟁의 재판장으로 변했다.
이러한 경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경 문제를 역사적으로 조망하는 국경사 연구에 대한 학술적 논의는 여전히 미흡하다. 학제간 연구의 대상인 국경을 역사학의 새로운 영역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서는 국내에서 국경을 다룬 최초의 역사서이다. 본 연구는 시간적으로는 전근대와 근대를 모두 담아내며, 국경 지대에 덧입혀졌던 허위와 오해의 그을음을 제거하고 그 나신을 조명하고자 했다. 무엇보다도 근대 서구의 경계적 사유(border thinking가 전지구적인 지배 장치였음을 상기시키고 싶다. 근현대 식민주의적 국경 형성을 종적·횡적인 연구를 통해 국경의 구조와 양상을 살피면서, 서구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약탈적 영토 분할과 폭력적 국경 획정이 생산해낸 ‘모순의 공간’인 국경을 검토하고자 한다.
국경사 연구의 새로운 시도
1990년대 이후부터 학자들은 국경 경관(borderscape 개념을 통해 국경을 고정적인 선(線이라는 1차원적 시각에서 벗어나 다의적이고 다중적 시각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국경 경관은 국경(border과 경관(scape이 합쳐져 만들어진 용어로, ‘scape’는 ‘만들어진’을 뜻하는 ‘geschapen’이라는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한다. 결국 ‘borderscape’는 ‘만들어진 국경(created border’을 지칭하게 된다. 즉. 국경은 타협의 산물로 생성된 다자성·가변성·불확정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국경과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