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본으로 보는 한국어의 역사
지금의 교과서를 이르는 말인 독본(讀本, reader은 한국어의 전환과 변동을 집약하여 조망할 수 있는 결과물이다. 갑오개혁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초급과 입문의 단계를 제외한 대부분의 독본은 국한문으로 작성되었으며 일제는 조선어와 한문을 뭉뚱그려 조선어급한문이란 교과를 운영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국문?국한문?한문을 가르치기 위한 교재와 식민자 일제의 입장에서 조선어와 한문을 가르치기 위한 독본이 빚어내는 차이와 상동은 한국어의 역사적 전개를 중계하는 현장이다.
??식민지 한자권과 한국의 문자 교체??는 한국인의 국한문 독본과 일제의 조선어?한문 독본에 나타난, 국문과 한문 및 조선어와 한문의 역사적 전개를 연구한 최초의 단행본이다. 이 책은 갑오개혁~일제강점 시기의 두 독본을 비교연구하여 한국어의 역사적 전개와 식민지 어문정책의 길항 관계를 분석한다. 식민지 위기에서 짧게 타오른 계몽의 희망으로부터 폐색되고 굴절된 식민지의 이상과 허상까지가 이 책을 통해 드러난 한국 어문의 축도이다.
일제하 재구성된 한자권, ‘식민지 한자권’
총독부의 독본이 식민자의 교육?어문 정책을 대변하는 자료인 데 반해, 한국인의 독본은 대체로 시민운동의 소산이다. 그럼에도 피식민자와 식민자의 독본은 문화적 이상을 공유하였다. 한자권의 전통, 서구의 과학 및 자국의 문화 등의 3가지 이질적 요소를 하나의 교재로 편찬하여 전달한다는 것이다. 최남선의 ??시문독본??과 총독부의 조선어?한문 독본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같은 식민자와 피식민자 간의 상동과 차이를 집약할 수 있는 개념으로 이 책에서 주조한 용어가 ‘식민지 한자권’이다. 식민지 한자권이란 경사자집의 전통으로 대변되는 전근대의 한자권이 식민과 제국의 도래와 함께 재구성되고 해체된 과정을 집약한 용어이다. 한자권에서 전근대 중화의 질서를 대체하려 한 일제의 독본과 그 대응물인 한국인의 독본을 식민지 한자권의 역사적 증거로 제시한 셈이다. 식민지 한자권은 현재의 한국에도 영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