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와 풀벌레들의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
볕 좋은 어느 오후, 봉숭아 열매가 무르익어 한껏 부풀어 올랐어요. 여름이 가기 전에 씨앗을 널리널리 퍼트려야 해요. 열매가 펑펑 터지자 씨앗이 통통통 사방으로 튕겨 나가요. 부지런히 이파리를 갉아 먹던 애벌레도, 낮잠을 자려던 무당벌레도, 열심히 집을 짓던 거미도, 힘차게 운동을 하던 사마귀도 느닷없이 날아드는 씨앗 폭탄에 머리끝까지 화가 났어요. “이제 더는 못 참아!” 풀벌레들은 힘을 합쳐 봉숭아를 혼내 주기로 했어요.
먼저 사마귀가 나섰어요. 사마귀는 무지무지하게 날카로운 앞다리로 봉숭아 열매를 쿡쿡 콕콕 찔렀지요. 하지만 봉숭아는 열매를 탕 하고 터트리며 반격했어요. 사마귀는 갑자기 튀어나온 씨앗들을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당하고 말았어요. 다음에는 거미가 나섰어요. 어마어마하게 끈끈한 거미줄로 봉숭아 열매가 꼼짝 못 하도록 꽁꽁 묶었지요. 하지만 이번에도 소용없었어요. 열매가 터지는 힘이 어찌나 센지 거미줄은 맥없이 후드득 끊어지고 말았어요. 보다 못한 풀벌레들은 저마다 봉숭아 열매에 달라붙어 콕콕 찌르고, 갉작갉작 깨물고, 마구 흔들었어요. 그러자 열매들이 한꺼번에 탕탕탕 터졌어요. 풀벌레들은 씨앗과 함께 튀어 올랐다가 아래로 떨어졌어요. “으악! 살려 줘!” 바로 그때, 봉숭아 잎이 풀벌레들을 받아서 튕겨 냈어요. 풀벌레들은 트램펄린을 탄 것처럼 통통통 튀어 오르고 또 튀어 올랐어요. “이야, 재밌다!” 한참을 신나게 놀다보니 머리끝까지 화가 났던 것도 어느새 까맣게 잊고 말았지요.
상상력의 돋보기로 들여다본 싱그러운 자연의 세계
《봉숭아 통통통》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의 자연을 재발견해 유쾌한 상상력을 덧입힌 그림책입니다. 이 책에는 주인공 봉숭아와 애벌레, 무당벌레, 거미, 사마귀, 개미 말고도 콩벌레, 노린재, 딱정벌레, 개망초, 냉이꽃, 강아지풀 같은 다양한 풀벌레와 식물들이 조연으로 등장합니다.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공원 한 귀퉁이, 아파트 화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