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가위_엿장수 가위의 작은 기적 | 갓_머리의 언어 | 거문고_누워 있는 악기 | 고봉_무한한 마음을 담는 기법 | 골무_손가락의 투구 | 나전칠기_어둠 속에 빛을 상감하는 법 | 낫과 호미_자기로 향한 칼날 | 논길_팽창주의를 거부하는 선 | 다듬이_악기가 된 평화로운 곤봉 | 달걀꾸러미_포장 문화의 원형 | 담_ 일인칭 복수의 문화 | 담뱃대_노인들의 천국 | 돗자리_하늘을 나는 융단 | 뒤주_집안의 작은 신전 | 떡_마음의 지층 | ㄹ_통합, 그리고 연속의 무늬 | 매듭_맺고 푸는 선의 드라마 | 맷돌_분쇄의 기술 | 무덤_죽음의 순서 | 문_문풍지 문화 | 물레방아_환상의 바퀴 | 미륵_50억 년의 미소 | 바구니_뽕도 따고 님도 보고 | 바지_치수 없는 옷 | 박_초가지붕 위의 마술사 | 버선_오이씨가 된 발 | 베갯모_우주와 사랑의 꿈 | 병풍_움직이는 벽 | 보자기_탈근대화의 발상 | 부채_계절을 초월한 아름다움 | 붓_정신의 흔적 | 사물놀이_우주와 사계절의 소리 | 상_억제와 해방의 미각 | 서까래_안과 바깥의 매개 공간 | 수저_짝의 사상 | 신발_문화의 출발점 | 씨름_긴장 속의 탈출구 | 연_빈 구멍의 비밀 | 엽전_우주를 담은 돈 | 윷놀이_우연의 놀이 | 이불과 방석_사람과 함께 있는 도구 | 장롱_심연의 밑바닥 | 장독대_가정의 제단 | 장승_수직과 짝을 염원하는 삶 | 정자_에콜로지의 건축학 | 종_여운을 만들어내는 정신 | 지게_균형과 조화의 운반체 | 창호지_나무의 가장 순수한 넋 | 처마_욕망의 건축학 | 초롱_밤의 빛 | 치마_감싸는 미학 | 칼_무딘 칼의 철학 | 키_이상한 돛을 지닌 배 | 탈_삶의 볼록거울 | 태권도_허공에 쓰는 붓글씨 | 태극_가장 잘 구르는 수레바퀴 | 팔만대장경_칼을 이긴 인쇄 문화 | 풍경_대기를 헤엄치는 물고기 소리 | 한글_기호론적 우주 | 한약_생명을 위안하는 상형문자 | 항아리_불의 자궁에서 꺼낸 육체 | 호랑이_웃음으로 바뀌는 폭력 | 화로_불들의 납골당
나오며
융합, 생명, 융통성…
문화 유전자 지도를 통해 읽는 한국 문화의 본질
저자의 생각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문화에 관한 몇 가지 핵심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융합과 생명, 융통성 등이 그것이다. 융합은 대립과 모순을 중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아름다움이 태어난다. 바구니는 노동과 놀이를 통합한 도구이고, 장독대는 볕과 바람이 들되 은밀한 곳이어야만 하는 조화의 공간이다. 키는 곡식을 모으는 동시에 쭉정이를 날리는 모순적인 기능을 융합함으로써 아름다운 모양새를 갖추고, 베갯모에서는 십장생이 서로 어우러지는 화합의 세계가 펼쳐진다.
생명은 투쟁과 정복이 아닌 성심과 포용의 소산물이다. 한국 논길의 구불구불한 모양은 지극한 정성이 필요한 벼농사가 만들어내는 생명적인 곡선이고, 종소리는 인간의 생명을 구원하고 영혼을 씻어준다.
융통성은 인공적인 기계성의 대척점에 서 있다. 정확한 치수를 재지 않고 넉넉하게 만든 한복 바지와 치마는 몸에 맞춰 입는 신축자재성이 특징적이고, 보자기는 쓰임에 따라 가방이 되기도 하고 두건이나 끈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저자는 뛰어난 통찰력을 발휘해 한국 문화의 본질을 꿰뚫어 본다.
읽는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이어령 특유의 시적 직관과 상상력
미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글은 이어령 글쓰기의 장점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저자가 펼쳐내는 한국 문화론은 방대한 지식에 특유의 직관과 감성, 상상력이 더해져 흡인력을 갖는다. 고봉의 원추형은 정이라는 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빛이 퍼지지 않게 사방을 막은 초롱은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밤의 어둠을 즐기기 위한 조명기구다.
국어국문학자인 저자는 언어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문화 코드를 해독해나가기도 한다. 한국인은 고립무원의 상태를 “끈이 떨어졌다”라고 말하는데, 이를 통해 한국인의 인간관을 맺고 풀고 잇는 끈의 관계로 풀어낸다. 또한 한국어에는 내일이라는 말이 없지만 모레와 글피라는 말이 있는 것에서 눈앞의 현실이 아닌 먼 미래를 새기며 살아가는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