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 말 :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동반자 _ 박용준/ 5
2판 서문/ 12
초판 서문/ 22
1부 : 접근법
1. 권력의 한 형태로서의 지식/ 29
2. 역사가 사사로운 사업이라고?/ 43
3. 급진주의 역사란 무엇인가?/ 70
2부 : 미국 역사 에세이
4. 불평등/ 101
5. 러들로 대학살/ 130
6. 재즈 시대의 라과디아/ 161
7. 뉴딜의 한계/ 183
8. 노예폐지론자와 선동 전술/ 209
9. 반대세력의 정신을 분석한 두 사례/ 232
10. 자유주의와 급진주의/ 250
11. 조지아 주 울버니와 뉴프런티어/ 267
12. 자유주의의 공격성/ 289
13. 베트남: 도덕의 방정식/ 308
14. 전쟁 포로: 현대사 한 토막/ 329
15. 폭력: 이중의 기준/ 349
16. 히로시마와 로이앙/ 366
3부 : 이론과 실천
17. 자유와 책임/ 401
18. 역사학자/ 419
19. 철학자/ 463
20. 철학자, 역사학자, 그리고 인과관계/ 507
후주/ 531
옮긴이의 말 : 참여하는 역사가 가치 있는 역사를 만든다 _ 김한영/ 544
찾아보기/ 551
참여하는 역사가 가치 있는 역사를 만든다
김한영
나의 역사의식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로 깨어났다. 고등학교 입학을 기다리던 긴 겨울, 그 미지의 터널에서 만난 대문호의 작품은 미숙한 내 정신을 흠뻑 적혔다.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와 자연, 귀족 가문들과 민중의 파란만장한 삶, 19세기 러시아의 대사건인 1812년 전쟁, 주인공들의 삶과 사랑과 죽음이 프레스코 화처럼 펼쳐졌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위대한 영웅인 줄 알았던 나폴레옹이 어릿광대처럼 그려진다는 점이었다. 개인이 역사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나폴레옹, 하지만 전쟁으로 야망을 이루려 한 그 영웅은 삶과 역사의 거대한 회오리에 힘없이 휘둘리는 한 올 지푸라기에 불과했다. 승장인 쿠두조프 장군도 오십보백보였다. 이 늙은 장군은 무엇을 하고자 하기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차선의 전략을 채택했다. 어릿광대보다 조금 더 현명해 보였을 뿐 특별히 대단하진 않았다. 놀랍고 씁쓸한 발견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황금박쥐와 6백만 불의 사나이를 뗐을 때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어차피 만화 속의 캐릭터였지만 이들은 역사 속의 인물이었고, 역사는 절대 왜곡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이름이었다. 나는 회의를 아는 아이가 되었다. 이듬해 가을에 영원할 것 같았던 위대한 지도자 박정희가 총에 맞고 사망했다. 그리 놀랍지 않았다.
회의적인 무감각은 대학에서 깨졌다. 한 교양강좌의 리포트를 쓰기 위해 필독 교양도서 중 한 권을 읽어야 했는데, 점찍은 세 권 중 E. H. 카의 책이 제일 얇았다. 《역사란 무엇인가?》였다. 하지만 그 작은 책에서 나는 헤겔과 맑스를 접하고 《전쟁과 평화》를 다시 만났다. 역사란 영웅이 아닌 민중의 것이라는 깨달음도 함께 만났다. 톨스토이의 긍정적인 인생관이 비로소 이해되었다. 톨스토이는 역사를 영웅에게서 빼앗아 민중에게 돌려주었다. 알고 보니 민중은 원래 헤겔의 개념이었다.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에서 헤겔은 사람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던 ‘백성’에게 역사의 주체라는 고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