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재난에 대처하고 도전해온 인류의 노력
본문을 읽기 전에: 재난을 이해하는 우리의 자세
통제하기 힘든 역사적 대재앙들 | 재난을 구분하는 세 가지 기준 | 오늘날에도 피할 수 없는 재난 | 재해, 재난, 재앙 | 무엇이 재난 관념을 만드는가 | 실제 재난과 재난 관념의 괴리 | 미디어에 등장하는 재난 | 재난이 촉발한 인류의 진화 | 고대 및 중세시대의 재난 | 근대의 재난 | 산업사회의 출현과 새로운 재해의 탄생 | 공업화사회 이후 재해의 확산 | 우리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
1부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힘: 자연재난의 시대
1 도시를 멸망시킨 거대한 불: 화산 폭발
불을 쏟고 유독가스를 내뿜는 화산의 공포| 화산 폭발을 일으키는 지각판의 이동 | 베수비오 화산 폭발과 폼페이의 멸망 | 폼페이를 기억하는 방법 | 신의 형벌인가, 지구의 변동인가 | 백두산의 과거와 미래
2 중세를 휩쓴 최악의 팬데믹: 흑사병
교역로를 따라온 대역병의 그림자 | 흑사병의 정체 | 감염에 대한 공포가 유럽을 지배하다 | 희생양 찾기에 급급한 대응책 | 흑사병이 변화시킨 세계
3 대항해시대의 끔찍한 교환: 감염병
지구가 하나로 통합되다 | 콜럼버스의 교환 | 인디오를 향한 수탈과 정복의 흑역사 | 유럽 대륙을 건너온 감염병 | 조선시대에 창궐한 천연두의 공포 | 홍역의 소멸과 부활 | 세계화의 과정에서 나타난 재난
4 유럽에 불어 닥친 추위와 공포: 소빙하기의 저온 현상
2도 낮은 평균기온이 가져온 추위 | 소빙하기와 태양흑점의 관계성 | 오히려 추위를 반긴 사람들 | 냉해의 피해와 대기근 | 저온 현상과 마녀 사냥
5 계몽의 시대를 앞당기다: 리스본 지진
종교적 사회에서 세속적 사회로 | 거대한 정신혁명의 시기 | 가공할 만한 지진의 파괴력 | 유럽에서 기록된 가장 강력한 지진 | 전통적 해석과 계몽주의의 충돌 | 자연재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지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
2부 인간이 스스로 만든
재난은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생존의 단서’를 남긴다
압도적인 공포에 맞닥뜨린 인류는 과연 어떻게 분투해왔을까
2003년 8월 14일 오후 4시 10분, 세계 경제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에서 갑자기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오후 일과를 마무리하던 사람들은 칠흑같이 어두운 실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했다. 갑자기 늘어난 통화량에 통신망은 곧 마비되었고, 수도 시스템도 문제가 생겨 물 공급이 되지 않았으며, 각종 전자기기와 지하철 등은 전원이 차단되어 사용할 수 없었다. 귀가하려는 사람들이 한정된 택시와 버스로 몰리자, 교통수단을 포기한 수많은 사람이 집까지 걸어서 가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미국 에너지회사의 컴퓨터 버그로 인한 기술적인 문제가 전력 조정의 문제로 이어져 광범위한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정전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재난 상황에서 위험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각종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는 현대에도 재난의 위험을 피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방재 기술이나 제도가 미비했던 과거에는 수많은 위험 요소가 인생의 매 단계를 위협했고,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긴 역사 속에서 인류는 재난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했을까?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재난들과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것을 배웠을까? 재난 앞에서 무력했던 인류가 점차 재난이 찾아와도 수습하고 재건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세계를 바꾼 재난들의 사례와 각 재난을 극복하는 인류의 모습에서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신앙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가다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 자연재난의 시대
고대부터 근세까지는 주로 자연재난이 발생해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종교개혁과 지적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사람들은 ‘신의 분노’로 자연재난이 발생한다고 믿었다. 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재난이 바로 리스본 지진이었다. 1755년 1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