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우리를 움직이게 하지만, 우리 자신의 정신과 행동의 순간적 충동을 지배하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신의 ‘형태’이다.” (356쪽
서양 고전학 입문서
이 책의 원서 초판은 1999년 『지적인 사람을 위한 고전학 가이드(An Intelligent Person’s Guide to Classics』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판된 ‘고전학 입문서’로, 저자가 20년 뒤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복스 포풀리』라는 제목으로 바꿔 펴냈다. 고전학은 특정 시대의 언어와 문헌에 관한 탐구이므로 학제적 성격을 띠는데, 이 책에서도 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이 살았던 삶의 궤적을 문헌에 남은 기록에 따라 재구성해보는 ‘역사학’, 그토록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까지 전해질 수 있는지 그 전달 매체를 탐구하는 ‘문헌학’, 지금은 대다수가 폐허가 되어버린 고대 건축물의 과거 모습을 어떻게 재현해내는지 살피는 ‘고고학’, 고대인은 공동체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연구하는 ‘정치학’, 오늘날 서양 인문학에서 사용되는 주요 개념의 기원을 탐색하는 ‘어원학과 문법학’, 고대의 중요한 사상적 흐름인 스토아주의와 에피쿠로스주의를 개괄하는 ‘철학’, 고대에서 중세와 근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과학적 연구 방법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추적하는 ‘과학사’를 대략적으로 살피고 있다.
이렇듯 이번에 출간하는 『복스 포풀리』에서 고전학자인 저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라는 지식의 대양을 탐사하기 전 두려움을 떨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이야기를 여유 있고 느긋한 필치로 편안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다른 책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각 장의 독립된 단락들로 구성되어 있어 필요한 분야를 선택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구 문명의 뿌리인 고대 그리스와 로마 세계의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보다 다양한 정보를 얻고 서양 고전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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