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없는 영성?
세속 사회는 비종교적이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에는 ‘무신론자’ ‘불가지론자’ ‘영적인 존재가 있다고 믿지만 교회나 성당, 사찰에는 가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사람들은 템플스테이를 하고 산티아고 순례를 떠나는가? 사회적으로나 주변인들에게 나쁜 일이 닥쳤을 때 “기도하겠다”고 말하는 건 왜인가?
특정한 신을 믿거나 영적인 장소에 의무적으로 가고 싶지는 않지만, 세속에 찌들어 살고 싶지도 않은 것이 우리의 바람은 아닐까? 무신론자하면 떠오르는 《만들어진 신》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신이 절대로 답할 수 없는 몇 가지》를 쓴 신경학자 샘 해리스, 작가 알랭 드 보통 등 이 책에서 거론되는 지식인 중 몇몇 역시, 무신론이 우리 삶을 완전하게 만든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알랭 드 보통은 종교에서 이런 수행들을 “훔쳐서” 무신론자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종교로 눈을 돌려서,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고, 관계를 지속시키고, 시기심과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극복하고, 예술, 건축, 음악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는 데 필요한 통찰을 얻고자 한다. 또 다른 무신론자인 샘 해리스는, 반종교적인 논쟁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동시에 열성적인 명상가이다. 그는 인도에서 2년 간 구루들에게서 배웠고 티베트의 족첸 명상 전통에 입문했다.
그들이 무신론으로 충분하다면 굳이 이럴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무신론은 자연과 나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분리시킨다. 연결감이 사라진다. 우리는 연대와 연결감이 필요하고 사람 및 동식물과 연결되면서 인생을 충만하게 살 수 있다(30쪽.
『과학자인 나는 왜 영성을 말하는가』는 무신론이나 유물관을 무작정 비판하거나 종교를 권하는 저서는 아니다. 무신론과 유물론이 인간에게 줄 수 없는 것이 무엇이고, 이러한 배경에서 어떻게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과학자의 눈으로 안내하는 인문서다. 저자만의 과학철학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