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장날,
파라솔이 착착착 펴집니다
닷새마다 한 번씩 오일장이 열리면 평소에는 조용한 시골 공터가 시끌벅적한 장터로 변합니다. 울긋불긋한 파라솔이 펴지고 농부들은 손수 키운 것들을 가지고 나와서 팝니다. 고추, 마늘, 호박, 수박, 참외, 열무 등 그동안 밭에서 키운 것이 곧 그날 팔 물건이 됩니다. 한지선 작가는 강화도에서 농사를 짓고 장에 나가서 팔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썼습니다. 새벽부터 장에 몰려드는 사람들의 모습, 저마다 자리를 잡고 물건을 정리하는 소리, 장터의 파라솔 위로 쏟아지는 한여름 뜨거운 햇볕까지 고스란히 그림책으로 옮겨 왔습니다. 너무 뜨거워서 모든 게 녹아 버릴 것 같은 한여름 장날,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날은 더 뜨거워지고
고추는 흐물흐물 녹기 시작합니다
그날 장터에는 유난히 고추가 많았습니다. 빨갛고 탱탱한 물고추가 가득했지요. 싱싱할 때 많이 팔리면 좋으련만, 날씨는 점점 더 더워지고 점심때쯤에는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더 많았답니다. 고추는 점점 시들다가 녹기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고추가 녹아 버린 거예요. 녹아서 걸쭉하게 된 고추는 넘쳐흐르기 시작합니다.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요? 그동안 고생해서 키운 고추인데, 이걸 다 버려야 할까요?
그때였습니다. 농부들은 커다란 통을 가져와서 녹은 고추를 부었고, 양오리 할머니는 힘차게 한마디 외쳤습니다.
“밥 먹자!”
지금은 걱정을 버리고, 배를 채워야 할 때라는 걸 알아차린 것이지요. 각자 자리에서 물건을 팔던 농부들은 이제 모두 모여 든든하게 배를 채울 준비를 합니다.
밥 먹자!
고추 열무 비빔밥!
농부들은 밥을 짓고, 열무와 양파와 당근을 송송 썰기 시작합니다. 단체로 춤을 추듯 시원시원한 몸짓과 손짓은 동작 하나하나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군무를 보는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고소한 참기름까지 몽땅 들이부으니, 더워서 힘들고, 안 팔려서 걱정하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습니다. “밥 먹자!”로 시작된 한바탕 축제는 장에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