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동물원을 나서다
찬바람에 코끝이 시려오는 아침, 고릴라는 작은 새의 노래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노래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물원 문을 나서요. 처음 경험하는 세상은 차갑고, 낯설고, 두렵습니다. 투벅투벅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에는 용기가 필요하죠. 익숙한 현재에 머물며 누군가를 탓하거나 좌절하는 일은 어쩌면 가장 쉬운 선택입니다. 틀을 깨고 한걸음 나아가기까지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죠. 고된 여정 앞에 꿈과 희망이 의심과 절망으로 뒤바뀌기도 합니다. 하지만 힘겨운 순간마다, 고릴라는 작은 새를 떠올리며 한 번, 다시 또 한 번 힘을 냅니다.
치열한 고민과 노력으로 완성된
채상우 작가의 신작 그림책
『고릴라와 파랑새』는 과감한 색조와 천진한 그림들로 사랑받는 채상우 작가가 쓰고 그린 책입니다. 작가는 영화 〈킹콩〉에서 고릴라를, 『파랑새』에서 파랑새를 모티프로 가져왔어요. 목탄을 이용해 섬세하게 표현된 고릴라는 힘차면서도 여리고 고독하고 쓸쓸하면서도 자유로운 고릴라의 면면을 품고 있어요. 여러 번 덧칠하여 완성된 고릴라의 몸짓과 표정들에서는 동물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과 시선까지 느낄 수 있죠.
한편으로 작가는 자기주도적이고 자유로우며, 어떤 상황에서도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파랑새를 표현해 냅니다. 파란 하늘과 바다를 꼭 닮은 파랑새는 고릴라에게 날아든 첫사랑이자 희망이고 자유예요. 파랑새를 만나면서 무채색이던 고릴라의 삶은 색깔을 찾아가기 시작하죠.
작가는 독자들이 고릴라의 마음 성장을 따라가며 공감하고 또 그 여정을 응원할 수 있도록, 배경 그림 표현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판화 기법을 비롯하여 스펀지와 롤러, 스프레이 등 수많은 도구들을 이용하여 섬세하게 표현된 그림들은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감동을 선사해요. 글을 쓰는 과정이 도전과도 같았다는 작가는 간결하면서도 솔직한 글로 묵직한 울림을 전달합니다.
함께라는 믿음이 만드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
『고릴라와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