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와 한지장이를 소재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주 오래전의 일입니다. 자아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 한지장이 소년이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지만 끝맺지 못했습니다. 업을 숙명으로 받드는 장인은 어떤 삶을 사는지 상상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끝맺지 못한 이야기는 밀린 숙제로 남게 되었지요.
수원이 고향인 저는 어려서부터 수원화성과 정조대왕의 효심에 대해서 듣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정조대왕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격쟁’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데, 백성들을 위하는 정조대왕의 마음이 무척 새롭게 다가왔지요. 그리하여 끝맺지 못한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떠돌이 통꾼』은 오랜 시간 묵혀 두었던 생각과 경험이 이야기로 뿌리내린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야기가 완성되기까지 한지장이 소년과 함께 여러 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제, 『떠돌이 통꾼』을 따라서 한지의 우수함과 백성을 향한 정조대왕의 마음이 더 널리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