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_ 모르면 인간의 진실에 무지하게 될 7개의 인문학 주제
1장 악마는 담론을 장악한다
사치는 신분 상승 욕구의 표출 / 권력은 ‘관계’에서 나온다 / 진실보다 강력한 ‘상징적 폭력’ / 시민의식 고양할 자유·우파 담론 투쟁을
2장 권력의 시선, 당신의 수술실을 엿본다
감시는 권력이다 / ‘앎-권력’부터 ‘생체권력’까지 / 당신의 수술실을 CCTV가 본다면
3장 노동이 된 여가, 특권이 된 일
‘과시 소비’에서 과소(寡少소비로 / 상류계급 따라 하기는 현대사회의 특징 / 오늘날의 상류층은 ‘무한(無閑’계급
4장 인문학으로 풀어 보는 선물
줄 의무, 받을 의무, 답례할 의무 / 선물은 권력·지배·위세의 징표 / 공짜 점심은 없다
5장 당신의 생각을 지배하는 아비투스
경제자본, 사회자본, 문화자본 / 취향은 개인이 아니라 계급의 것 / 과거는 현재에 이력을 남긴다
6장 ‘아우라’가 사라진 정치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는 듯한 / 제의(祭儀가치에서 전시가치로 / 아우라와 진정성 상실의 시대
7장 레이몽 아롱이 한국 좌파에 보내는 경고
마르크시즘에 경도된 지식인 사회 맹공 / 68 세대, 레이몽 아롱을 재발견하다 / 프랑스보다 40년 뒤처진 한국 / 젊은 미국의 ‘유쾌한 낙관론’
수술실 CCTV 설치가 2022년 대통령 선거 여당 후보의 공약으로까지 등장했다. 환자를 마취해 놓고 의료진과 간호사가 자리를 비우거나, 휴대폰을 하거나, 심지어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켜 놓고 환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등의 비행이 만연해서란다. 수술실에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하면 과연 의료진이 딴짓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CCTV가 찍고 있는, 거기 누운 환자가 당신이나 당신 가족이라도?
감시가 권력임을 망각한 시대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학문인 인문학은 원래부터 사회와 정치 문제까지 다루는 학문이었다. 공자와 맹자의 사상은 그대로 동아시아의 2천 년 통치이념이 되었고, 플라톤도 (옳든 그르든 철학자가 다스리는 이상국가를 제안하지 않았던가. 『아비투스, 아우라가 뭐지?』(박정자 저, 최대현 대담. 기파랑, 2022는 그 인문학의 눈으로 21세기 한국 사람들의 생각과 그 사람들이 만들어 나가는 사회와 정치의 이모저모를 읽어 주는 책이다.
‘아나운서와 불문학자의 대담’이라는 부제처럼, 2021년 여름 불문학자인 저자 박정자 교수가 펜앤드마이크TV의 최대현 아나운서와 매주 금요일에 나눈 대담이 책의 바탕이 되었다. 대통령 선거라는 굵직한 정치일정을 몇 달 앞둔 터라, 당시 당내 경선을 막 통과한 여야 후보들도 자연스럽게 자주 얘깃거리로 올랐다. 글머리의 수술실 CCTV는 당시 아직 대선과 상관없는 여당의 정책 제안이었는데, 이 책이 인쇄중일 때 이재명 후보가 정식 공약으로 내놓았다.
전신마취 수술을 받아 본 사람이나, 가족의 보호자로 회복실에 있어 본 사람은 백이면 백 “나는 찍지 마!”라고 말할 것이다. 잊을 만하면 올라오는 수술실의 비행 보도를 접하며 “CCTV 설치해야 돼!” 하고 흥분하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라는 것을 전제로 그러는 것이다. 미셸 푸코를 우리나라에 소개한 선구자이기도 한 저자는 푸코의 『감시와 처벌』, 그리고 그가 재발굴한 벤담의 ‘판옵티콘(panopticon’을 가지고 ‘편재(遍在하는, 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