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사람은 뼈에 운명이 새겨져 있다고?
나는 바다를 건너가 더 크게 성공할 거야! 최치원 나리처럼!“
신분제가 엄한 땅에서도 코흘리개 시절부터 품계를 따지지 않고 뒤섞여 놀며 자란 서라벌 아이들. 하지만 육두품 아이 성무는 요새 자주 겉돈다. 화랑 놀이를 할 때 자꾸 뒤처지는 진골 무진이에게 따끔하게 몇 마디 했을 뿐인데, 육두품 주제에 대장 노릇을 한다나 뭐라나?
하지만 고작 그런 일로 콧대 꺾일 성무가 아니다. 또래들은 엄두도 못 낼 사서삼경을 술술 읽는 수재인 데다 당찬 꿈도 지녔다. 바로 저 유명한 최치원 나리처럼 신분이 아니라 능력을 보고 인재를 등용하는 당나라에 가서 출세할 것이다. ?유학을 떠나면 헤어질 친구 따위, 아쉬울 것도 없다.
그런 성무에게 언제나 먼저 손 내밀어 주는 건 마음씨 고운 삼두품 해강이. 어느 날, 해강이를 따라 뒤늦게 축국 판에 낀 성무는 홧김에 아이들이 갖고 놀던 축국 공을 뻥 찼다 주먹다짐까지 하고 진짜 외톨이가 된다. 하필 그 공은 해강이가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받은 소중한 선물이었던 것이다.
이 모습을 숨어 지켜보던 한 사나이가 성무를 약 올리듯 빙글빙글 웃으며 말을 건다. 성무는 귀신같은 추리력으로 그 사나이가 입은 비색 단령과 걸친 장신구만 보고도 관직이 아찬이라는 사실을 꿰뚫어 본다. 알고 보니 성무 자신이 그토록 동경하던 최치원 나리가 아닌가!
최치원 나리는 대뜸 성무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제자로 받아 줄 테니 공을 찾아오라나? 과연 서라벌 제일의 고집불통 성무는 신라 최고의 악바리 노력가 최치원의 제자가 될 수 있을까?
“포기하지 않는 꿈은 사라지지도 않는다!”
꿈꾸는 기회만큼은 공정하게 주어지는 사회를 향해 한 걸음
천 년을 지탱해 온 귀족 중심의 중앙 권력은 위태롭게 흔들리고, 지방에서는 삶에 지친 농민 반란과 새로운 신흥 세력 호족이 들썩이던 신라 말기!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미래라는 급물살 앞에 서 있다는 점에서, 또 혼란과 기대가 어지럽게 공존한다는 점에서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