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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
저자 김장성
출판사 이야기꽃
출판일 2022-01-31
정가 17,000원
ISBN 979119210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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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 괴물이 되지 않으려고 그림책을 읽는다

1. 공감의 힘
동물 세상에서 벌어진 배려와 연대의 잔치 《안아 줘!》
고개 들어 위를 보자 《위를 봐요!》
시제가 뒤섞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 《고양이 나무》
다가가 길을 일러줌이 인지상정 아닌가 《도착》
그 눈길들 보태어지면 시골마을이 다시 떠들썩해질까 《메리》
횡사한 주검들에게 베푸는 씻김굿 《잘 가, 안녕!》
그 배는 어떻게 떠오를 수 있었나 《너였구나》
이 ‘오토바이 가족’은 행복할까, 불행할까 《달려라 오토바이》
잃어버린 본성을 되찾으려면 《서로를 보다》
취준생 선아가 안전모를 쓴 까닭 《선아》
누구나 접어 둔 꿈 하나씩은 있을 터 《앙코르》

2. 사람답게
인간의 자격 《거울 속으로》
화가가 빈 공장에 들어간 까닭 《빈 공장의 기타 소리》
냅두면 이처럼 잘 살아가는 사람들 《할머니, 어디 가요?
앵두 따러 간다!》
“비가 와도 장사는 하지, 그럼!” 《이야기를 그려 드립니다》
“너희 입에 들어가는 것을 내가 짓는다!” 《나는 농부란다》
한여름에 봄 그림책을 펼치는 이유 《봄이다》
거리의 음악가에게 건네는 동전 한 닢 《길거리 가수 새미》
누가 실망을 기대로 바꾸어 주었나 《아주 아주 큰 고구마》
“그래서?”라고 말하기 《플릭스》
저쪽에 서서 이쪽을 보라 《상상 이상》
지금 여기에 필요한 생존 전략 《콤비》
노 하나 들고 나아가는 아이들의 앞길에 《노를 든 신부》
‘태어나길 잘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평화란 어떤 걸까?》
잘 늙어 죽을 준비를 하자 《할머니네 집》

3. 유년의 얼음판
내 안의 어린이를 만났다 《장수탕 선녀님》
넘어져 그 시간들을 기억해 낼 수 있다면 《선》
프랜차이즈와 젠트리피케이션과 아이들 《소중한 하루》
그렇게 사람의 대가 이어져 간다 《나의 아버지》
대통령이 그림책을 읽어 준다면 《고구마구마》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구덩이》
모자라다고, 과하다고 내치지 말라 《답답이와 도깨비》
우산의 본질 《아저씨
괴물과 사람 사이에서, 괴물이 되지 않으려고 읽은 그림책 이야기

그림책이 던지는 질문

한 아이가 맑게 웃으며 친구에게 말한다. “우리 집 진짜 좋아!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친구가 웃지 않으며 아이에게 대답한다. “너네 집 3단지잖아. 거긴 임대아파트야. 임대가 뭐가 좋아! 우린 학원 가야 해.” 그러고는 다른 아이와 총총 가 버린다. 맑게 웃던 아이의 얼굴이 굳어 버렸다.
르포 기사의 한 대목 같은 이 풍경은 그림책 《우리 집은》(조원희, 2021의 한 장면이다. 아이는 ‘식탁과 욕조가 있고 거실에 바람이 통하는’ 집으로 이사와 한껏 행복해하던 터. 예전 집에서와는 달리 네 식구가 다 같이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아빠랑 동생이랑 함께 목욕을 하고, 더운 날 시원한 잠을 잘 수 있는 게 그리도 좋았다. 그래서 그 ‘좋은 우리 집’에 친구를 초대하고 싶었다. 그러나 친구에게 그 집은 ‘자가’도 ‘큰 평수’도 ‘민영’도 아닌 ‘임대’일 뿐이었다. 그래서 싸늘한 얼굴로 아이의 초대를 일축해 버렸다. 아이는 웃음을 잃고, 친구는 남의 웃음을 빼앗은 괴물이 되어 버렸다. 르포였다면, 상처 입은 ‘임대’ 아이는 오래 아팠을 테고 아이의 엄마는 서글픈 처지를 한탄하며 오래 울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림책 속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아이는 “여기 우리 집 아니야? 임대에 살면 부끄러운 거야?”라 묻고, 엄마는 아이를 꼭 안아 주며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가 살고 있으면 우리 집이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부끄러운 거야.” 그러자 웃음을 되찾은 아이가 다시 말한다. “사람들은 몰라. 우리 집이 얼마나 좋은지. 나는 알아. 우리는 알아.” 그 ‘좋은 우리 집’으로, 하루 일을 마친 아이의 아빠가 치킨 봉지를 들고 씩씩하게 걸어온다.
집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 집’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집은 진짜 ‘집’인가?… 사람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우리는 전복된 가치를 기준으로 타자를 멸시하고 있지 않은가? 누가 아이들을 남의 웃음을 빼앗는 괴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