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애벌레 숨소리가 나는 글씨
머리를 한다 008
억수로 많은 콩 생각 010
너와 내가 톡, 톡 012
명진이만 모르는 명진이 014
빨간 얼굴 016
애벌레 숨소리가 나는 글씨 018
늘 푸른 학교의 전설 020
열림 : 닫힘 022
가을 냄새 024
비 오는 운동장 025
김밥을 말자 028
2부 네모 세모 동그라미를 그리는 중
토마토 기준 032
통하는 중 034
늘로우 모션 036
표가 나는 시간 038
꿀벌똥 039
줄줄 040
잠자는 곳 042
둥지 지붕 043
나무 044
깜박이는 것들 046
십 년 동안 그린 벽화 050
3부 힘을 내는 도가 있어
한숨 기억 054
초록 숨바꼭질 056
두더지머리 058
온 동네가 주문에 걸릴 때까지 060
푸른 콩처럼 062
숨어 있는 점 064
시력 검사 ? 오른쪽 066
시력 검사 ? 왼쪽 068
자꾸만 내 옆자리에 앉는 다혜처럼 070
뽁뽁 072
떨림 074
도 076
4부 풍선처럼 볼을 부풀리며
풍선 왕국 080
하늘자전거 082
라라 솔솔 파도 시 083
달팽이 입맛 084
요를 둘둘 말아 요 085
등산 086
터지기 직전 088
기러기 점선 090
동시의 품 093
도서관 책장은 094
조금만 깎아 주면 동시 한 편 써 줄게 096
관성적 이미지를 벗어나는 언어감각
또 다른 말놀이 시의 가능성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문학동네동시문학상 이후로도 꾸준히 새 동시를 발표하고 『동시마중』의 편집위원으로 동시 문화를 짚는 역할을 하면서 김준현의 형식적 실험은 자기갱신을 거듭해 왔다. 그동안 우리가 봐 왔던 말놀이 시들이 주로 청각적인 요소를 다루었다면 그의 말놀이는 시각적인 형태로 놓인다. “어떤 말은 베란다에 널어놓은 아이의 옷으로 바꾸고 싶었다”는 시인의 말대로 눈으로 먼저 ‘보는’ 동시다. 띄어쓰기로 두 나무의 어색한 사이를 표현한 「나무」, 시력 검사표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시력 검사」, 기러기떼를 말줄임표로 연상하는 「기러기 점선」 등 글자의 배치와 크기, 구두점과 같이 시각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형식들은 또 다른 말놀이 시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킁킁 밑에는
콧구멍 두 개가 있어
여름내
크크 웃기만 하던 그 아이
가을이 되자
말없이
킁킁, 냄새를 맡았어
_「여름 냄새」 전문
능숙함과 새로움에 대한 요구와 발견은 우리 동시단에 늘 있어 왔다. 그럼에도 김준현의 동시가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는 것은 말을 가뿐하게 굴리면서도 그 의미망을 놓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의 시는 형식 실험에 그치지 않고 곁을 섬세히 살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목덜미 한가운데 있는 점은 ‘그 아이를 좋아한다는 점’으로 연결되고(「숨어 있는 점」, 선생님의 잔소리 “입 입 입”에 아이들은 ‘잎 잎 잎’이 되어 푸른 숲에서 살랑살랑 춤춘다(「늘 푸른 학교의 전설」. 말의 속성을 파고들어 말과 말이 맺는 관계, 나아가 말과 내 마음이 맺는 관계까지 두루 살피며 잠시 일렬의 질서를 잊은 말들은 생동의 기운으로 넘친다.
혼자일 때 더 많은 것이 보이는 아이를 위해
최대한을 품는 동시
네모 세모 동그라미를 그리는 중
네모 세모 동그라미 속을 까맣게 칠하는 중
별이 하나둘 빛나기 시작하는 중
우주 저 먼 곳으로부터 행성들을 옮기는 중
연필 끝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