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알쏭달쏭고요꼭꼭달빛여왕!
고요! 이 단어는 빛이 난다. 겁을 없애 주는 빛, 슬픔을 만들지 않는 빛, 무엇보다 이곳에서 들키지 않고 살 수 있는 빛! 고요! 나는 이 단어의 빛을 마음에 품었다. 그러자 목걸이에서 빛이 났다. -본문에서
어릴 적 할머니와 살아서일까, 아이는 ‘아이고’, ‘어디 보자’처럼 불쑥불쑥 나오는 할머니 말투를 좀처럼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은 어쩌면 이미 늙은 아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작정하고 숨으면 아무도 찾아내지 못할 만큼 자신은 작은 존재이지만, 이처럼 외롭고 고단한 아이의 눈과 마음이 저 먼 우주를 비출 정도로 환해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단어, 단어가 품은 빛을 발견한 순간이다. 아이는 할머니가 준 목걸이를 그러한 단어의 비밀을 찾아내게 해 주는 일종의 마법 도구로 여긴다.
아이는 단어를 수집한다기보다 ‘채집’한다. 주변에 널린 평범한 단어이지만 자신만의 시선으로 새로운 단어를 포착하고 그 뜻을 스스로 새롭게 정의하여 마음에 차곡차곡 저장한다. 태어나 한번도 가 보지 못한 바다에 가기 위해서는 ‘알쏭달쏭’의 빛이, 고시원에 숨어서 살기 위해서는 ‘고요’의 빛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들키지 않고 숨바꼭질을 해내려면 ‘꼭꼭’의 빛이, 저마다의 사정으로 외로운 이웃이 함께 살기 위해선 ‘달빛’이 품은 빛이 필요하다. 여왕의 수식어가 완성되어 나가기까지 아이는 그저 혼자가 아니다. 아빠와 아이의 사정을 몰래 봐주고 매일 아이와 대화 상대가 되어 주는 오총무, 바다에 한번도 가 보지 못한 건 너뿐이 아니라고 말해 주는 급식실 아주머니, 아이가 지루하지 않게 수수께끼를 내주는 할머니, 하나뿐인 간식을 나눠 주는 쿵쿵 할아버지까지, 주변 인물들은 아이가 버거운 현실 속에서 지치지 않도록 지켜보아 준다.
◆ 알쏭달쏭해서 아름다운 것들이 품은 따스한 위로
세상에 비출 아름다운 빛을 상상하는, 나는 단어의 여왕이다. -본문에서
아이는 낯선 단어를 마주할 때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