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여름날이에요.
도시 곳곳의 거리와 골목, 그 안의 작은 동네에도
투명한 공기가 초록빛으로 물들어 가요.
하지만 사람들은 바빠서인지 별로 관심이 없어 보여요…….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창가 화분의 분홍 꽃망울이 바람에 한들거려요.
아이는 엄마 손 잡고 동네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가요.
늘 다니는 동네길. 새로운 풍경 없는 조그마한 동네에
특별한 일 없는 매일 똑같은 날이지만 어떤 땐……
팔랑팔랑 나비를 만나고…… 어떤 땐 꼬물꼬물 달팽이를 만나요.
여기 거미줄 있다고 누가 소리치면 다들 우르르 몰려가
대롱대롱 거미가 줄 타는 모습을 쳐다보지요.
초록 잎사귀 하나 날아와 코끝을 스쳐요.
어디서 불어왔을까요?
■ 살랑 초록바람이 불고 흰고래 구름이 하늘 바다에서 헤엄쳐요.
매일 같은 길을 걷는데도 자연은 한 번도 같은 풍경을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매일의 하늘이 달랐고 나무의 빛깔과 바람의 결이 달랐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느새 위로를 받는 저 자신을 보았습니다. _임소연
부드러운 바람, 눈 부신 햇살, 반짝이는 나뭇잎.
길바닥에 일자 행렬을 지어 어디론가 가고 있는 개미와 이름 모를 벌레들…….
세상에, 저렇게 자그마한 꽃이 어찌 알고 저리 아스팔트 틈새로 고개를 내밀었을까요!
가느다란 실로 빙 둘린 거미집이 이렇게나 정교하고 섬세한 줄 이제 알았어요!
파란 하늘에 토끼 구름, 강아지 구름, 흰고래 구름이 둥실둥실 흘러가요.
구름이 자꾸자꾸 움직이는 걸 멀뚱히 바라보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나뭇잎이 흔들리며 사삭사삭 바람이 풀잎 위를 스치는 소리가 들려와요.
가만히 귀 기울이면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합창 소리 같아요.
보이지 않는 바람이 우수수 잎사귀를 흔들고 얼굴을 스치고 머리칼을 흩뜨려요.
《초록바람》은 아이도 어른도 다들 쫓기듯 살아가는 요즘, 잠시 멈추어 자연을 만나는 ‘쉼’의 시간을 주는 편안한 휴식 같은 그림책이에요.
바쁜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