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민 신분이었으나 사대부는 물론 왕족과도 대등하게 교류하며 국가의 공적 연예를 담당했던 고품격 예술인, 그것이 바로 기생이다. 그들은 엄격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악기, 가무, 시서화, 교양 등을 몸에 익혔다. 그리하여 전통문화예술 창조에 책임을 다했으며 근대에 이르러 기생들은 대중문화예술을 선도하는 주역이 되었다. 때로는 성적으로 남자들을 농락하기도 하고, 때로는 남자들에게 버림받기도 했으나, 예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않았다. 임진 병자년에 국난 극복을 위해 헌신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항일독립운동에 일익을 담당하기도 했다.
비록 역사 속에 사라졌지만 기생은 전통여성을 계승하고 신여성의 출현을 이끈 문화적 주체였다. 이화형 교수의 『꽃이라 부르지 마라』는 한국 여성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기생이라는 집단을 선입견에서 벗어나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이끄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