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는 흔히 ‘마그레브’(Maghreb라고도 불리는 지역이다. 아랍어로 ‘해가 지는 지역’을 의미하며, 아랍어 ‘알-마그립’(Al-Maghrib에서 유래한다.”_21쪽
『베르베르 문명: 서구중심주의에 가려진 이슬람과 아프리카의 재발견』은 북아프리카의 토착민족인 베르베르 부족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책이다. 지중해 문명과 아프리카 대륙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온 베르베르 부족은 다른 문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주변의 수많은 이민족이 마그레브 지역을 침입했고, 그 끊임없는 위협 속에 중간자적 위치로 겨우 유지해오고 있는 그들만의 전통과 관습은 어디에서도 듣기 힘든 이야기다. 그간 주류로 인정받아오지 못한 이들의 문화와 역사에 주목하는 이 책의 시도는 모든 소수자를 향한 응원이 될 것이다.
[거시 문명사에 가려진 이야기]
지중해를 매개로 유럽과 중동, 그리고 사하라사막을 경계로 아프리카 대륙과 맞닿은 마그레브 지역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온갖 문명이 교차하고 혼성해왔다.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살아 숨 쉬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페니키아·로마·비잔틴·반달·아랍·오스만 터키·프랑스를 위시한 유럽 문화가 북아프리카 대륙과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받았지만, 패권을 갖지 못한 부족 단위의 ‘베르베르 문명’은 늘 역사의 뒤안길에 머물러 거의 설명되지 않았다. 로마 본국을 제외한 곳에 로마식 도시 구조가, 그것도 아주 훌륭한 보존 상태로 알제리에 남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금도 알제리 켄첼라에는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역민들이 사용하는 로마식 목욕탕이 건재하다.
“천혜의 기후와 풍부한 자원을 가진 마그레브 지역은 로마 지배하에서 엄청난 착취를 당했다. 토착 베르베르인은 용병으로 혹은 강제로 전쟁에 참여해 로마가 유럽을 장악하는 데 일등 공신이 되었다. 집약적인 농업으로 마그레브 지역은 로마 제국의 곡물 공급률 60퍼센트 이상을 책임지게 되었다. 로마 제국은 축산과 어업, 원형 경기장에 사용되는 말의 대부분을 북아프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