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 웅크린 유기견 화이트가 바라 본 솔이의 세계
작가 윤재인은 화이트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화이트가 유기견이 된 후 마주치게 되는 사건들과 그에 따른 감정의 소용돌이를 독자가 직접 강렬하게 느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온 강아지 화이트는 거친 바깥 생활 때문에 겉모습이 괴물처럼 변하자 즉각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는다. 장난꾸러기 아이들을 피해 더러운 쓰레기통으로 뛰어들 만큼 피해의식도 커진다. 화이트 스스로 자신을 쓰레기와 동일시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렇게 화이트가 밑바닥까지 추락해버린 순간, 갑자기 놀라운 변화가 찾아온다. 쓰레기통 벽의 비좁은 틈새로 작은 희망을 엿보게 되는 것이다.
화이트가 유기견이라는 걸 알게 된 솔이가 할아버지에게 머뭇머뭇 말하는 대목이다.
“그, 그럼 일, 일루와 우리 집으로 데려가도 돼요?”
집? 집이라고?
화이트의 마음속으로 솔이가 스며든다. 쓰레기통의 비좁은 틈새를 비집고 솔이의 마음이 화이트에게 전해진다. 바로 그 순간 화이트는 웅크렸던 몸을 일으키고 솔이를 주목한다. 그날부터 화이트는 캠핑장으로 돌아가 성준이를 기다리는 시간을 점점 늦추게 된다.
유치원에 다니는 솔이는 알레르기가 심해 늘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만, 쾌활하고 유머러스하다. 솔이의 주도로 화이트가 ‘일루와’로, 다시 ‘일루와 아이스크림’으로 이름이 바뀌는 과정은 엉뚱하면서 유쾌하다. 화이트의 이름이 새롭게 바뀔 때마다 둘의 관계는 더욱 더 깊어진다.
화이트를 그리지 않고도, 화이트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그림
일러스트레이터 오승민은 ‘어둠’과 ‘빛’을 이용한 섬세한 수채화로, 화이트와 솔이의 세계를 대비시켰다. 화이트의 세계는 어둡고 차갑게, 솔이의 세계는 밝고 따스하게 표현했다.
또한 거의 모든 장면을 화이트가 바라보는 시점에서 그렸다. 화이트의 눈높이에서 보이는 풍경으로 가득 채운 것이다. 키 작은 푸들이 한껏 위축되어 웅크리고 바라볼 때는 무엇이 보일까? 눈을 들어 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