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아낌없이 내어 주는 숲을 생각하며
어느 날 소년은 엄마와 함께 한적한 숲속으로 이사를 와요. 도시와 멀지 않은 곳이지만 처음엔 모든 게 낯설었어요. 숲은 밤에는 너무 조용하고 아침에는 새소리로 몹시 시끄러운 곳이었어요. 숲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입 속에 벌레가 날아들기도 하는 불편한 곳이기도 했고요. 다행히 불평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숲은 자연이 선사한 환상적인 놀이터였거든요. 게다가 붉고 풍성한 꼬리털을 가진 작은 여우를 만나 친구도 되었어요.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산불 때문에 이 행복 또한 오래가지 않았어요. 언제 꺼질지 모르는 산불에 쫓겨 소년과 엄마도 숲속 동물들도 몸을 피해야만 했으니까요. 나무 둥치에 앉아 있던 작은 여우의 머리 위로 때늦은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고 소년과 엄마가 숲에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한참이 걸렸어요. 아마도 숲이 제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한참이 지나고도 더 지나야겠지요. 그렇지만 숲은 잿더미 위에서 다시 풀과 나무들의 아기를 길러내고 숲을 찾아오는 동물들에게 아낌없이 품을 내어 줄 거예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아름다운 그림책
이 책은 산불이 일어나기 전 자연의 풍요로운 모습과 모든 것이 불타 버린 뒤에도 다시 생명을 보듬는 자연의 회복 탄력성을 섬세하게 그려 냈어요. 산불이 왜 일어났는지 언급하지는 않지만 산불 전후의 극명한 시각적 대비를 통해 독자의 정서를 환기시키고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 주고자 했지요. 더 나아가 자연이 인간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임을 일깨워 독자가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도록 했어요.
본문에서 산불 전후의 자연을 지면에 담아내 독자의 성찰을 이끌어 낸다면 본문 뒤에 실은 ‘산불에 대해 더 알아보기’를 통해서는 산불의 폐해와 더불어 뜻밖의 이로운 점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대형 산불의 원인을 차근차근 짚으면서 산불이 지구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자 했어요. 산불에 관해서라면 지식과 깨달음을 고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