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영국을 좋아하는가’라는 물음을 역사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바꾸어내는 저자는, 이 기행 내내 ‘영국적’이라는 것에 대해 여러 방향에서 사례를 보여준다. 그것은 때로 존 컨스터블의 그림을 떠올리는 고요한 햄스테드 히스에서의 산책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획기적으로 개선된 매연의 냄새로 감각되기도 한다. 또 그것은 겸허하고 유머를 갖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지식인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저자는 여기서 제국이 쌓아올린 지의 퇴적을 읽어낸다., 대서양 삼각무역으로 축적한 부를 통해 터너의 작품들을 가장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테이트 미술관에 전시된 터너의 작품 <노예선>(‘종호학살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그것은 아프리카적인 것과 영국적인 것을 동시에 묻고 답하는 쇼니바레의 작품들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영제국의 시대와 1,2차 세계대전의 영국 이후에는 또 다른 모습의 영국이 그려진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을 탄생시킨 고도의 복지사회가 종언을 맞이하고 대처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펼쳐지고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약화된 이후 사회에서 방치된 자들의 대책 없는 삶이 빌링엄의 사진 작품들 속에서 유머러스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또 엘리자베스 여왕과 토니 블레어 총리가 참석한 노예무역금지법 통과 200주년 기념식에 한 흑인 시민이 기념식을 중단시키고 단상을 가로질러 동시대 영국의 ‘인종주의’에 대해 비판하는 장면, 또 시민이 경비원에게 끌려나간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담담하게 기념식이 이어지는 장면 등도 ‘영국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이렇게 중첩적인 모습을 모두 담아내는 기록이야말로, 동아시아 변방에서 아직까지도 식민지의 역사를 정리하지 못한 채 혼란의 한국의 독자들에게 가장 맞춤한 영국 기행문이 아닐까 한다.
런던에서 케임브리지로 가던 도중 F가 놀라워하며 말했다. “어? 냄새가 안 나!” 그녀는 2001년 12월 이후로는 영국에 온 적이 없었다. 2001년에 배기가스로 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