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제1부 유럽이 동쪽으로 간 까닭
제1장 환상의 황금섬
제2장 료料: 향신료의 자극적인 유혹
제3장 금金: 황금 보기를 돈같이 한 문명
제4장 신神(상: 기독교의 절대사명
제5장 신神(하: 성전聖戰의 종교
제6장 성전기사단과 포르투갈
제7장 항해왕 엔히크
제8장 대항해시대의 서막
제9장 인도로 가는 길
제2부 유럽과 일본의 만남
제10장 다네가시마의 뎃포 전래
제11장 뎃포가 운명을 바꾼 두 전투
제12장 뎃포 전력화의 비결: 전략적 아웃소싱
제13장 동아시아의 팩토리
제14장 순교의 나라
제15장 항구의 나라
제16장 국제무역항 나가사키
제3부 새로운 시대와 쇄국
제17장 포르투갈 독점의 종언
제18장 해양강국 네덜란드
제19장 자본주의의 탄생
제20장 자본주의와 유대인
제21장 데우스호 폭침 사건
제22장 풍운아 로드리게스 신부
제23장 격동의 동아시아 바다
제24장 일본 무역을 둘러싼 각축전
제25장 통일 일본과 쇄국체제의 완성
도판 출처
‘자신의 역사’를 알고자 한다면 ‘타자의 역사’를 공부하라!
한국에서는 역사를 국사와 세계사로 분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의 역사’인 국사는 역사의 ‘왕관보석(crown jewel’과 같은 존재로 각광받지만, 세계사는 자국 역사와 연관성이 미약한 ‘타자의 역사’로 인식되어 관심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서울대 입시에서 3%의 수험자만이 세계사를 수험 과목으로 선택한다고 한다. 인문학 붐 속에서도 세계사는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이다. 이 지점에서 의문 하나. 역사를 자신의 역사와 타자의 역사로 분리해서 인식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또는 바람직한 것인가? 이 책에 의하면 답은 ‘아니오’이다. 직업 외교관 출신의 저자는 외교관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가 고립되고 폐쇄적인 역사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역사는 서로 다른 문명 간의 인력(引力과 반발력이 상호 작용하는 양방향의 진화 과정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역사를 알고자 한다면 타자의 역사를 알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 전편에 걸쳐 자신의 주장을 독특한 구성으로 전개한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계’의 역사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 일본의 유럽 교류사를 일종의 가상 체험 교재(敎材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이다. 저자는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중반에 걸친 한 세기 동안 생각보다 강한 변화의 추동력을 동반한 농밀한 이문명 간 교류가 일본 땅을 무대로 펼쳐졌다고 주장한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유럽 간 교류의 연원과 과정이 흥미를 자아내고, 당시 조선에는 누락된 유럽의 동아시아 진출 역사를 일본을 통해 간접 체험하는 재미도 신선하다. 일본을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일본은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나라’인 측면도 있다. 그동안 피상적이나 단편적으로만 알려졌던 근세 초기 일본과 유럽의 만남을 생생하게 전하는 다채로운 역사적 사건과 그를 세계사적 맥락에서 조망하는 배경 설명은 동아시아 역사에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