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이들을 위한 작은 위로
다홍색 꽃무늬 슬리퍼를 신은 할아버지가 레시피 공책을 한 손에 들고 국을 끓입니다. 이런, 국간장과 진간장을 또 헷갈렸습니다. 양말에는 발이 달린 걸까요. 세탁기를 아무리 뒤져도 양말 한 쪽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리저리 허둥대다 집을 나선 할아버지는 버스를 탑니다. 아가와 까꿍 놀이를 하는 단란한 가족의 웃음이 눈에 밟힙니다. ‘사랑합니다’ 이 한마디가 왜 그리도 어려웠을까요.
생전에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머문 호스피스 병동에 도착합니다. 의사 선생님의 손길에도, 자원봉사자들의 웃음에도 당신의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당신이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던 날, 맨몸으로 찬바람을 마주한 듯 떨리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 남지 않은 그 날들이 느려진 당신 발걸음만큼이나 천천히 지나길 바랐습니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살아갑니다. 할머니 손맛을 흉내 내며 반찬을 하고, 할머니가 아끼던 화분에 꼬박꼬박 물을 줍니다. 할머니 몫까지 묻고 답하느라 말수도 많아졌습니다. 집에 좀 더 일찍일찍 들어갈 걸 후회도 하고, 구멍 난 양말을 신을 때면 불쑥 외로워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남아 있는 나날에 담긴 의미를 찾으며 살아갑니다. 당신 빈자리는 당신 사랑으로 채울 테니까요, 사랑하는 당신.
덜 아프고 덜 힘들게 그리고 덜 외롭게
그림을 그린 이명환 작가는 서울와우북페스티벌X그라폴리오 창작그림책 공모전에서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데뷔한 역량 있는 신진 작가입니다. 이별이라는 주제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 않도록 밝은 색감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할아버지의 걸음걸음마다 노란 그림자가 따라옵니다. 외출하는 할아버지의 등 너머에도, 할머니가 키우던 화분 아래에도, 할아버지의 시선이 닿는 호스피스 병동 곳곳에도 할머니의 온기를 닮은 노란 그림자가 스밉니다.
할머니는 병상에 누워서도 천진한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할아버지 손을 꼭 잡은 할머니를 보니 의젓해 보이고 싶은 할아버지 마음과는 반대로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위로하는 듯합니다. 할머니가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