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서 우뚝 솟아오른 옥스퍼드대학 보들리 도서관
그 25대 관장이 톺아본 공격받은 지식의 역사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고 기록을 남기게 된 이래 기록물은 인류의 지식과 역사의 보고였다. 그리고 그러한 지식의 집적이 곧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중요하다는 관념은 이미 고대부터 생겨났다. 그런데 한편으로, 도서관은 ‘한 사회 지식의 집적체’라는 그 상징성 때문에 수없이 공격당했다.
“적이 무릎 꿇는 모습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는가. 그 정신까지 굴복시키고 싶은가. 미래를 말살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들의 책을 불태워라.”
- 장강명 작가의 추천사에서
《책을 불태우다》의 지은이 리처드 오벤든은 세계 최고의 도서관으로 손꼽히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보들리 도서관의 관장인데, 이 보들리 도서관 자체가 그러한 공격의 산증인이다. 중세 종교혁명 시기에 수많은 수도원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이 신교도들에게 공격받고 책이 불태워졌는데(3장 당시 옥스퍼드대학 도서관 장서의 96.4퍼센트가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폐허를 딛고 토머스 보들리(1545~1613는 자신의 사재를 털어 대학 도서관 재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1598. 단지 장서 보유만이 아니라 도서관을 체계화·선진화하려는 노력도 펼쳤는데, 영국에서 출간되는 모든 책을 한 권씩 납본받기로 한 협정, 장서 목록 발행, 저자명 알파벳 순 목록화 등 오늘날 도서관 체계의 초석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4장. 25대 ‘보들리 도서관 사서(Bodley’s Librarian’로 활동하고 있는 리처드 오벤든은 오늘날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책·도서관의 존재 의미와 그 역할을 고찰하기 위해 과거를 되새겨보고자 했다.
우리가 향유하는 지식과 문화는 결코 쉽게 전해지지 않았다
누가, 왜 책과 기록을 불태우려 했는가?
《책을 불태우다》는 서기전 600년경 존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앗슈르바니팔의 도서관(1장과 우리에게 이상적 도서관의 효시로 널리 인식되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2장에서 시작한다.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