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보기

도서명 너만 보는 이야기
저자 윤주연
출판사 한평서재
출판일 2021-03-31
정가 12,000원
ISBN 9791197062247
수량
01. 우리에게
02. 너에게
03. __에게

작가의 말
책 속에서

하루는 네가 근처에 맛있는 떡볶이집이 있다는 얘기를 꺼냈어. 김치조차도 잘 못 먹는 나한테 매운 떡볶이를 먹는다는 건 정말이지 곤욕스러운 일이었지. 하지만 너와 함께라면 얘기가 달랐어. 너랑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함부로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 그게 설령 내가 잘 먹지도 못하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19쪽

“참 예쁘다, 그치?”
한 번은 하늘이 어둑어둑해져 가던 길을 같이 걸어가던 중에 내가 너에게 물었지.
“저기 저 달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 실은 너와 함께 하는 그 모든 시간이 참 예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어. 너와 함께 걷는 이 거리가, 너와 함께 살아 숨쉴 수 있는 이 세상 전부가 다 아름다워 보인다고 말하고 싶었던 거였어. -65쪽

나는 투덜거리면서도 너의 방향으로 걸어갔어. 그리고는 그네 위에 타고 있는 너의 등을 있는 힘껏 다해 밀었지. 너는 자꾸만 내게 세게, 더 세게 그네를 밀어달라고 했고, 나는 그런 네가 타고 있던 그네를 높이, 더 높이까지 밀려고 애썼어. 너는 내가 그네를 밀 때마다 괴성을 질러 대면서 놀이를 즐겼지. 어느새 내 웃음소리도 너의 말소리에 같이 섞여들어 갔어. 그렇게 웃으면서 그네를 밀고 있으면서도, 나는 빨리 집에 가 보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계속 들었지만. -88쪽

“무슨 죽을 일 안 나,”
너는 걱정이 많은 내게 종종 그렇게 말하고는 했어. 흔히들 사람을 안심시킬 때에 쓰는 말이지. 그런 말을 들으면 어떤 의미에서는 이상하게 안심이 되는 게 사실이잖아. 제아무리 큰 불행이라고 해도 죽음보다는 작을 거라는 생각이 어떤 의미에서 주는 위안이 있으니까. 죽음은 뭔가 비현실적으로 크고 무거워서 평생 가깝지 않을 것만 같은 불행같이 느껴지니까. 생각해 보면 본인이 언제 어디서 죽을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지금 당장 이 순간에도 너의 말마따나 결국 다 남 일로 치부되고 끝날 만한 수많은 죽음들이 이 세상 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