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신분이 높으면 어떻고 낮으면 어떠냐. 그저 내 생각이다.” (84p
“이 진사. 사람은 하늘과 땅과 더불어 셋을 이룬다고 했소. 거기에 반상의 구분 따위는 없소. 천주님 앞에서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오.” (101p
“어르신을 보고도 깨달은 것이 없느냐? 여인이라 못 하고, 평민이라 못 하고,
뭐가 어때서 못 하고……. 무슨 핑계가 그리 많아?” (126p
여행 내내 시무룩하던 계덕은 마음을 열고 점차 낯선 풍광을 눈에 담기 시작합니다. 이리저리 부딪히기도 하지만, 계덕의 눈에 들어온 세상은 배를 움직이게 하는 순풍처럼 어린 소녀의 등을 힘껏 밀어 주었습니다. 과연 이 특별한 여정의 끝에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별난 상경 길에 오른 이들과 함께 조선 후기 사회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김만덕 상경기’에 상상력을 덧입힌 역사 동화!
여성의 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시기, 여인의 신분으로 한양을 구경하겠다는 꿈을 꾼 김만덕의 상경 길에는 과연 어떤 이들이 함께했을까요? <계덕과 만덕 할망의 별난 상경기>는 열 살의 어린아이가 김만덕의 상경 길에 오른다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계덕은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며 잘못된 일에 호통을 칠 줄 아는 당당한 아이로 성장해 나가지요. 책 속 인물들 또한 주인공인 계덕만큼 자신의 삶을 당당히 살아냅니다. 천주의 말이 담긴 서책을 전하러 길을 나선 봉이, 평민의 신분에도 글을 능히 읽는 순단, 묵묵히 김만덕을 보필하는 임 서방까지……. 생경한 상황에 쭈뼛거릴 만도 한데, 인물들은 자신의 삶의 궤적을 남기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는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들 또한 등장합니다. 민중들의 삶을 그린 화가 김홍도, 양반이었으나 소리꾼의 삶을 산 명창 권삼득 등 조선 후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꿋꿋이 이어 나간 이들의 이야기는 글의 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작가는 18세기 조선 사회를 궁금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