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나, 예전의 이규빈이 아니야. 트바비니야. 아무튼 친하니까, 우리는 친한 사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 친한 사이는 서로 존중을 해 줘야 되니까.”
규빈이가 힘주어 ‘존중’이라고 말했다. 풀이를 해 보면 지킬 것은 지켜 달라는 뜻이었다. 비로소 규빈이의 야비한 속셈이 드러났다. 감추고 싶고 지우고 싶은 지난 일들을 내가 말할까 봐 미리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 본문 31쪽에서
“지희 너도 트바비니, 아니 규빈이 연주 들어 봤지? 어땠어?”
학원 선생님이 물었다. 학원 선생님은 마른침을 삼키며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초조하게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G현을 자꾸 건드리는 버릇은…….”
내가 여기까지만 얘기했는데도 학원 선생님이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 본문 39쪽에서
“내가 이렇게 된 게 누구 때문인데?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어놓은 건데? 바로 명지희 너야. 네가 그랬어!”
규빈이가 숨을 헐떡거리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규빈이와 한 반이 되고부터 내 생활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 본문 71쪽에서
며칠 전 엄마는 학원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인정한다. 그래서 나는 지쳤지만 지친다는 소리도 마음껏 못 했고 기를 쓰고 버티기만 했다. 어떤 때는 그놈의 1등을 탁 놓아 버리고 싶었지만 나에게 그럴 용기는 없었다.
“지희도 많이 힘들지?” - 본문 89쪽에서
“그래도 너는 연주가 엉터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잖아. 그러니까 아까 내가 너를 보자고 했더니 규빈이가 허겁지겁 나온 거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나를 몰아세운다는 것은 억지다.
“내 꼴이 아주 우습게 됐어. 아니, 우리 반 모두가 망한 거야. 트바비니, 아니 규빈이와 같은 반이라고 모두 부러워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비웃을까. 네게도 잘못이 있어.” - 본문 108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