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현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거대한 쟁점들 가운데 하나는 근대성과 탈근대성의 대립과 갈등과 화해와 극복의 문제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탈근대성의 정신이 1950-60년대에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50년 동안 그 기조는 현대사회의 지적 분위기와 정신 상태로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내재화되고 인류 지성사의 새로운 기운으로 그리고 새로운 세계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 편으로는 근대적 세계관이 자기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는 중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탈근대적 세계관이 그 세를 불려 가고 있는 형국이다. 근대성을 계속 발전시켜 가는 나라와 민족과 사회가 있는가 하면, 탈근대성이 근대성과 혼재하면서 서구 전통의 근대적 사고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문명을 형성하려는 시대정신과 욕구를 가지고 있는 국민과 사회도 있다.
지젝은 이러한 현대 사회와 현대 철학의 상황이 정비되고 정돈되어 안정적인 형태와 구조를 지니고 어떤 대세를 향해 자리를 잡아갔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보고 이를 교착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근대성과 탈근대성의 싸움은 그 승패가 아직 가늠을 하기는 어려운 상태이고 그 전망도 역시 여전히 흐리다. 후설이 역설하는 본래적 근대성의 목적론적 이념과 의미의 완성도 매우 어려운 과제이며 하이데거의 근대성 비판과 극복도 새로운 전망으로 이끄는 데는 미흡한 것으로 드러난 것으로 판단된다. 하버마스가 미완의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근대성의 지속 가능한 실천도 전지구적 경제적 불평등의 일반화와 부의 양극화 현상 앞에 그리 설득력 있는 프로젝트인 것 같지는 않다. 세계 각지의 분쟁과 개별 국가의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위기 그리고 국내의 정치적 사회적 현실 등 국내외의 세계 정세를 전반적으로 훑어볼 때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는 마르크스의 혁명적 외마디가 전 세계에 다시금 울려야 퍼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심경이다.
로티는 영미 계열의 분석철학은 실용주의 노선으로 흘러가게 되었다고 확실히 믿고 있고 유럽 사회의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