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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우리는 가상의 낙원보다 실재하는 지옥을 선호해야 한다.”
중력 혹은 맹목적 필연의 구속을 받는
인간의 불행에 대한 주시
1909년 파리의 유대계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나 1943년 영국의 한 요양원에서 영양실조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시몬 베유는 하나의 틀 안에 정리해 넣기 힘든, 상당히 복잡한 삶의 경로를 밟아왔다. 고등학교 철학교사를 하면서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는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했고, 공장으로 가서 직접 노동을 한 급진적인 운동가였으면서도 공산주의는 파시즘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억압하는 제도이며 약자가 권력을 잡는다고 해서 권력의 양상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영성 체험을 한 후로 종교에 몰두하면서도 세속 교회와는 철저히 거리를 두었으며, 그리스 비극을 통해 신앙의 신비를 설명하려 하기도 했다. 또한 나치 치하에서 유대계 프랑스인으로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으면서도 유대 역사 및 유대교에 대해서는 더없이 적대적이었다.
베유 삶의 각각의 국면들이 하나로 수렴되기 어려워 보이는 것만큼이나 베유에 대한 반응 역시 양극으로 갈리곤 했다. 베유의 정치적 면모에 주목하는 이들은 베유가 이후 종교에 몰두하게 된 것을 두고 전쟁 경험을 통해 비관주의에 빠진 결과라거나 심리적 불안정으로 해석하면서, 종교에 ‘물들기’ 이전의 저작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었고, 베유의 종교적 면모에 이끌리는 이들은 베유의 정치적인 경험을 통과의례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정치적 색깔을 삭제한 채 텍스트를 독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베유에게 이 두 가지 면모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특히 『중력과 은총』은 베유 신학의 중요한 관념들을 담고 있는 책으로 간주되어 초기에는 종교적 의미를 찾는 독자들에게 더 많이 읽혀왔으나, 근래에는 중력, 은총, 필연, 우연, 폭력, 사랑, 악, 아름다움, 탈창조 등 베유가 독특하게 재정의하고 있는 관념들을 중심으로 복합적인 관점에서 재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텍스트는 베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