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 무지 안에서 무지를 대면하는 방법
1부 지구 부착자에게 : 생명·생태 시의 지리학
호모 필로포엠이 들려주는 천체 이야기
탈(脫인간중심주의 정전(canon―박제천의 시
인류세에 살아가기―팬데믹 초기의 시
도래하는 잔혹사―김성규의 시
녹색착취자의 야만 또는 생명정치―이승하의 시
물기 어린 대지, 숨소리 나는 밥―고영민의 시
2부 소란스런 시대의 문학 처방
문학 판관이 유보해 온 말들
히스테리 처방전의 모욕―김이듬 시집 『히스테리아』
어린, 시 발명가―안현미 시집 『곰곰』
소녀와 숙녀들의 분위기 열전―박상수의 시
호모 세퍼러투스의 관계론―한인준 시집 『아름다운 그런데』
거둬들여진 사람들―안희연, 차유오의 시
3부 파열하는 언어, 더 많이 보이는 변방
자기 실험과 감각의 분열―조말선 시집 『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
동시대(contemporary 예술가의 생각놀이―황성희의 시
은폐된 것들의 지평―김행숙의 시
너는 나의 조건: 연기(緣起의 세계―길상호의 시
경계선상에서 타자 찾기―권성훈의 시
사건을 호출하는 감각―고광식 시집 『외계행성 사과밭』
4부 소리와 소음 속에서
동력기들의 거리(road와 소리의 틈―이근화의 시
록(Rock과 스타일 룩(Look―김태형 시집 『로큰롤 헤븐』
애증병존의 파토스―서영처의 시
시-철학이 빚어내는 감성―진은영 시집 『훔쳐가는 노래』
감정에서부터 초개별적인 정동까지―김두안 시집 『물론의 세계』
『소음과 소리의 형식들』은 『서울신문』(2017으로 등단한 김효숙 평론가의 첫 번째 평론집이다. 시 텍스트의 핵심으로 곧장 접근하는 화법과 문체가 돋보인다. 총 4부로 구성하였고, 인류의 존속을 꿈꿔오던 중 맞은 팬데믹의 복잡성으로부터 생명 담론을 시작한다. 지구 부착자인 인류와 그 바깥 존재자의 생명권, 젠더의식과 여성 문제, 현대 언어이론을 세례받은 실험시들, 현대성의 상징인 소음과 소리의 이미지를 기계의 진보 과정과 함께 긴밀하게 엮어낸다.
제1부에서는 생명의 네트워크 안에서 팬데믹의 양태들을 읽는다. 위험을 망각하는 것과 안전을 동일시해 온 인류를 성찰하고, 과학기술이 인간을 구원하리라는 교만한 믿음을 의심하면서 포스트휴머니즘 감수성을 발휘한 시편들을 만난다.
탈(脫인간중심주의 시를 선도한 박제천, 근대 이후에 개인화한 죽음을 우주 모성으로 넓혀 사유하는 김혜순, 인류가 미래를 앞당겨 소비한 대가로 한계상황에 처한 동물들의 마지막 시간을 휘민이 현상한다. 문명의 폭력을 나무 한 그루의 생명력으로 맞선 이승하, 환상과 리얼리티를 버무려 기후문제를 제기한 김성규, 끝없는 에콜로지의 화신인 고영민, 우리도 우주인이라는 감수성으로 SF 기호를 제시하면서 우주 네트워크를 사유하는 김영산과 양해기, 팬데믹 초기의 공포를 다룬 시들을 읽는다.
제2부에서는 여자아이, 소녀, 숙녀, 여성이라는 이름을 현실언어와 문학언어 사이에서 듣는다. 실제와 허구의 간극을 지운 시인들의 발화가 시적인 정의를 향한다. 문학의 의미 작용이 실제보다 더 두껍다는 사실을 문학의 ‘법’인 시에 담아내는 방식이 그것이다. 일찍이 젠더 감각을 발휘하여 독자의 불쾌를 유발했던 시들을 시작으로 임승유, 이소호에 이르기까지 급진적인 시들을 만난다.
히스테리를 ‘피’의 알레고리로 풀어내면서 역사의 히스테리로까지 전진하는 김이듬, 홀로 있는 자신을 구제하는 예술혼에 잠긴 어린 자아가 글쓰기 수행으로 상처의 미학을 감당하는 모습을 그린 안현미, 열등한 직무나 저임금 등과 관련한 숙녀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