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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주소 이야기 : 거리 이름에 담긴 부와 권력, 정체성에 대하여
저자 디어드라 마스크
출판사 민음사
출판일 2021-11-26
정가 18,000원
ISBN 9788937413919
수량
들어가며 : 주소는 왜 중요할까? 11

개발
1 콜카타 : 주소는 빈민촌을 어떻게 바꾸는가? 35
2 아이티 : 주소가 전염병을 막을 수 있을까? 65

기원
3 로마 : 고대 로마인들은 어떻게 길을 찾아다녔을까? 99
4 런던 : 거리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19
5 빈 : 주소는 권력이다 149
6 필라델피아 : 미국에는 왜 숫자로 된 도로명이 많을까? 178
7 한국과 일본 : 도로명 주소와 번지 주소의 차이 207

정치
8 이란 : 혁명 후에 거리 이름이 바뀌는 이유는? 227
9 베를린 : 나치 시대의 거리 이름이 말해 주는 독일의 과거사 극복 252

인종
10 플로리다주 할리우드 : 거리 이름을 지키려는 자, 바꾸려는 자 277
11 세인트루이스 : 마틴 루서 킹 거리가 고발하는 미국의 인종 문제 301
12 남아프리카 공화국 : 거리 이름의 주인은 누구인가? 320

계급과 지위
13 뉴욕 맨해튼 : 주소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355
14 노숙자 문제 : 주소 없이 살 수 있을까? 382

나가며 : 주소의 미래 403

감사의 말 427
주 431
내가 사는 곳이 나를 말해 준다?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는 주소의 정치경제학

주소는 단순히 위치를 지정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인접한 토지도 서로 다른 행정 구역에 편입되는 순간 가치가 달라진다.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스트리트(street’에 있는 주택이나 건물이 ‘레인(lane’에 있는 건물에 비해 절반 가격에 거래되었고, 미국에서 주소에 ‘레이크(lake’가 들어간 주택은 전체 주택 가격의 중앙값보다 16퍼센트 높았다.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에서는 저속하거나 우스운 이름의 거리에 있는 건물 가격이 다른 거리의 건물 가격보다 20퍼센트 낮다는 조사도 있었다.
중심지의 부동산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는 뉴욕에서는 심지어 공식적인 주소를 사고팔 수도 있다. 시 당국이 주소 변경 신청권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개발업자들은 주소가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 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고, 예를 들면 센트럴파크처럼 ‘비싸 보이는’ 주소를 건물에 붙여 조금이라도 부동산 가치를 높이려 애써 왔다. 부동산, 학군 등 경제적 이해와 주소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한국도 사정은 비슷해 보인다.
주소가 지니는 상징적 가치 때문에 주소 개정을 둘러싼 논쟁도 전 세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무엇을 기념하고 기념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는 사회 구성원들의 정치적, 종교적, 역사적 가치관이 깊게 배어 있다. 혁명이나 큰 사건 후에 주소명 개정이 뒤따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주소 개정은 갈등의 축소판이자 기억의 전장이기도 하지만, 이로써 과오를 극복하고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방아쇠가 되기도 한다. 나치 시대에 지어진 주소, 노예제도나 아파르트헤이트를 지지하고 옹호한 인물의 이름이 들어간 주소를 바꾸려는 노력처럼 말이다.

도로명은 정체성과 부에 관한 문제이며 인종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권력에 관한 문제다. 이름을 짓고, 역사를 만들고, 누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왜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권력 말이다. 어떤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