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내 생각을 말하는 게 참 어렵다
예은이네 반은 제비뽑기로 ‘내 멋대로 심청’ 배역을 정하기로 했다. 예은이가 심청이 역을 뽑자 지유가 역할을 바꾸자고 한다. 지유가 심청이 역을 간절히 원했던 걸 아는 예은이는 딱 잘라 거절하지 못하고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어떻게 말해야 지유가 속상하지 않고 내가 심청이 역을 할 수 있을까?’ 예은이는 당당히 심청이 역 하겠다고 말 못 하는 자신이 답답하기만 하다.
예은이는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게 참 어렵다. 늘 괜찮다고 말하는 아이, 의견을 내세우는 법 없이 친구들 의견에 따르는 아이, 거절하지 못하는 아이, 그게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예은이다. 우리 주위에는 예은이 같은 사람들이 참 많다.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 중에도 예은이처럼 의사 표현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혹시나 자기 말 때문에 누군가 마음 상하게 되지는 않을까, 괜한 다툼이 생기지는 않을까, 미움받지는 않을까 걱정을 한다. 그래서 상대의 눈치를 보며 쉽사리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과 의견은 속에 눌러 담는다. “나 하나만 참으면 돼. 그게 모두를 위하는 일이야.”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 마시기만 하면 말이 술술 나온다고? 뻥뻥수야, 너만 믿어!
답답한 예은이 앞에 수상한 할머니가 등장한다. 뻥뻥수 3병을 마시면 평생 하고 싶은 말을 술술 할 수 있다 말하는 할머니. 한참을 망설이던 예은이는 연극 대본과 뻥뻥수를 맞바꾼다. 이제 뻥뻥수만 마시면 모두 앞에서 심청이 역 하겠다고 말하고 해피엔딩이 될 수 있겠지?
뻥뻥수 덕분에 예은이는 선생님 앞에서 소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대본 연습도 훌륭하게 해낸다. 조용했던 식탁도 오늘따라 활기차다.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딱 하나, 미리 말하지 않은 것 때문에 토라진 지유만 빼고. 지유하고도 내일 뻥뻥수 먹고 화해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다음 날 예은이는 뻥뻥수를 마시지 못하고, 지유와의 갈등은 더욱 심해진다. 게다가 그다음 날 서두르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