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성산읍 해녀들은 바다거북을 용왕할망의 막내딸로 여겨 신성시한다. 이 책은 바다거북의 그러한 상징성을 해녀의 생업 조건 및 제주의 조상신앙과 연관 지어 탐구한 것이다. 2015년부터 2016년에 걸쳐 나는 5개월간 제주 성산읍에서 민족지적 현지 조사를 수행했고 그 결과물을 2016년 말 서울대 인류학과 석사논문으로 제출했다. 이 책은 당시의 논문을 고쳐 쓴 것이다.
책을 만들면서 누구나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령한 거북이라는 소재에서 유도된 내러티브를 살리는 방향으로 글을 고쳐 썼다. 학술적 측면에서는 2015년과 2016년, 제주 동부의 해녀들에게서 수집한 사회적 사실들을 정직하게 소개하고 거기서 발견되는 한두 가지 규칙성을 드러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 바다거북이 좋아서 바다거북 연구자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바다거북 로고만 봐도 가슴이 뛰던 20대 후반의 일이다. 결국 나는 해양생물학자가 되지 못했지만 2016년 여름, 할머니뻘 되는 고령 해녀들을 찾아다니며 바다거북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참 좋았다. 물속에서 거북을 보면 반가워서 고둥을 까 주거나, 크게 놀라 며칠을 앓아누웠다는 해녀의 이야기가 내게는 남 일 같지 않았다. 종종 은혜 갚는 까치와 호랑이, 꾀 많은 토끼와 쑥을 먹는 곰들이 사는 동화와 전설의 시간으로 되돌아간 것도 같았다.?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당시에 연구자가 느낀 재미와 즐거움이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좋겠다.